제주도가 외국인 운전자들의 ‘치외법권 지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호 위반이나 주정차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외국인 운전자 10명 중 7명은 과태료를 내지 않고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이들에게 과태료를 징수할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행정력이 낭비되고, 교통 안전에 대한 위협이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제주도에서 외국인이 신호 위반, 속도 위반, 중앙선 침범, 주정차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건수는 총 2238건이었다. 이 가운데 납부 건수는 820건으로, 미납률이 67.95%에 달했다. 특히 올해 들어선 미납률이 82.05%까지 치솟았다.
과태료 미납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과태료 통지서가 숙소에 도착한 시점에 이미 외국인들이 출국하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제주경찰청이나 제주도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통지서가 일단 렌터카 업체로 간다. 이후 렌터카 회사가 법규 위반 시점의 운전자를 찾아 호텔 등 숙소를 고지하면 관할 경찰청·지자체는 다시 통지서를 보낸다.

이로 인해 제주지역에서 도청과 경찰청 등의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과태료 고지서를 대신 받는 숙박시설 관리자 등의 민원이 증가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운전하다 과태료를 부과받고 납부하지 않아도 출국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기라도 한다면 도내 교통 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유 의원은 해외에서 사용 중인 ‘신용카드 가승인(Deposit)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경준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영국, 캐나다,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터키, 중국 등에선 렌터카 회사가 해당 제도를 통해 렌터카 이용자에게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받아 과태료 금액을 결제한다. 렌터카 대여 계약 과정에서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납부에 대한 동의서도 받는다고 한다.

유 의원은 “과태료 고지서 중복 발송으로 인한 행정적 낭비 뿐만 아니라 렌터카를 이용하는 외국인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미 해외 많은 국가가 신용카드 가승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개선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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