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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 “임윤찬, 리스트 연주 초월적 경지… 탈진하지 않도록 조심”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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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30 08:00:00 수정 : 2022-09-30 11:03:42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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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부터 윤찬 군의 연주가 너무 좋았고, 항상 결선에 진출하기를 바랐다. 윤찬 군이 준결선에서 리스트를 연주했을 때 그가 진정으로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느꼈다. 빠른 손가락의 영특함보다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가 리스트의 수사학, 시야, 성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건 속도가 아니라 일종의 내면의 카리스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영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겸 현대음악 작곡가로 임윤찬(18)이 지난 6월 역대 최연소 우승한 2022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스티븐 허프(61)가 임윤찬을 극찬했다. 작가이기도 한 허프가 음악과 예술, 종교, 삶에 대한 사색과 단상을 엮은 에세이집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원제 ‘Rough Ideas’) 출간을 기념해 최근 국내 출판사인 현암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다. 

 

허프는 당시 콩쿠르에서 참가자들이 현대음악 필수곡으로 연주했던 ‘팡파레 토카타’도 작곡했다. 임윤찬은 준결승에서 리스트(1811∼1886)의 초절기교 연습곡으로 세계 클래식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결승에 무난히 진출했고 역대 최연소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허프의 곡을 가장 잘 연주한 사람에게 주는 현대음악상도 받았다. 

 

허프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조언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며 임윤찬에게 애정어린 조언도 남겼다. “가장 큰 위험은 그 나이대의 누군가가 탈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여러 번 일어난 일이다. 심지어 리스트도 너무 많이 일했기 때문에 콘서트를 떠나야 했다. 반 클라이번 자신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윤찬 군이 그가 찾고 싶은 것들을 발견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길 바란다. 힘차게 첫 발을 내디딘 젊은 피아니스트는 이제 어디에서 무엇을 연주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은 드문 호사다. 그리고 그의 앞날은 수십 년이나 남아 있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Sim Canetty-Clarke

클래식계 안팎에서 ‘천재 피아니스트’란 평을 듣는 임윤찬의 스타성과 상품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철저히 거리를 두지 않으면 빨리 소모될 수 있는 만큼 자신이 생각한 길을 향해 당당히 뚜벅뚜벅 걸어가라는 조언으로 보인다.  

 

2007년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아 관객들을 만나온 허프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지난 8월에도 내한해 대전시향, 창원시향과 협연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난 그냥 한국을 방문하는 게 좋다. 한국은 젊고 열정적으로 집중하며 훌륭한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최고의 관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허프는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20인’에 꼽힐 만큼 지적인 음악가로 유명하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그는 그동안 60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여전히 세계 주요 연주장을 누비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Sim Canetty-Clarke

이번에 출간한 에세이집은 ‘콘서트 피아니스트’답게 세계 각지를 이동하며 시간이 붕 뜰 때 공항과 비행기, 호텔방 등에서 끄적인 사색과 단상들을 엮어 놓은 것이다. 

 

클래식을 둘러싼 세상의 온갖 오해와 궁금증, 일화 등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종교문제 등 음악가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논쟁의 그물에 걸려들 법한 사안 등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담겨 있다. 음악과 인간을 향한 저자의 무한 애정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엿듣는 재미, 깨달음을 얻는 감동이 쏠쏠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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