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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부조리로부터 펜과 원고지 지킬 것”

입력 : 2022-09-28 20:22:21 수정 : 2022-09-28 20: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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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통일로문학상’ 中 옌롄커

국가 폭력·체제 저항 대표 작가
“작가에겐 출판 가능 여부 아닌
마음속에서 글로 표현이 중요”

“제 자신을 너무나 부조리하고 혼란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퇴출시켜서 서재와 펜, 원고지를 지키겠습니다.”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방한한 중국 작가 옌롄커는 28일 “이제 저는 철저하게 서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옌롄커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소감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3년 만에 해외로 나왔다는 옌롄커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과 사전 수상소감에서 “이제 저는 젊은 시절의 분투와 목표가 없다”며 “생명의 마지막 구간에서의 글쓰기 속에 침묵과 무언, 미소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옌롄커는 국가와 체제의 폭력에 저항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창작의 주요 주제로 삼아 작품 활동을 해온 현대 중국의 대표적 작가다. 특히 대표작 ‘사서’는 문화혁명기 인간군상을 다룬 대작으로, 금지당하고 부정당했던 인민들의 기억과 기록을 문학적 언어로 복원하고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 일부가 정부에 의해 금서로 지정된 것에 대해 “작가에게 책을 출판할 수 있느냐 마느냐, 독자가 그 책을 읽느냐 마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며 “진정한 작가에게는 마음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느냐가 독자가 읽느냐 마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겐 이야기 내용보다 이야기 방식이 더 중요하다.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옌롄커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이 일(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저는 세계의 독자들이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을 쓰고 싶은 야심을 가지고 있고, 저에겐 이 일이 제일 중요하고 그 외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민들의 생활, 특히 노동자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중국 농촌의 생활이 어려운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내년이 되면 65세가 돼서 저에겐 누가 국가주석에 오르는 것보다 써낼 수 있는 소설을 써낼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선 “언젠가 남북도 평화롭게 통일돼서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고, 가팔라지는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지혜로운 정치가가 등장해 지금의 대만문제나 우크라전쟁이 평화롭게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고(故)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고자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국제문학상이다.


글·사진=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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