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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기’ 인공지능의 빛과 그림자 조명

입력 : 2022-09-24 01:00:00 수정 : 2022-09-23 19: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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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 모든 것과 접촉하고
변화시키는 범용 기술로 진화

대응 따라 낙관적 ‘스타트랙’도
‘매트릭스’ 디스토피아도 될 것

로봇의 지배/마틴 포드/이윤진 옮김/시크릿하우스/2만원

 

2020년 11월30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는 딥러닝 방식의 심층 신경망을 이용해 세포에서 얻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 분자가 최종적으로 접힐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단백질 분자가 정확히 어떤 구조로 접힐지 예측하는 일은 과학계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기에, 과학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약품을 개발하거나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에도 폭넓게 사용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인공지능이 전기와 비견될 만큼 범용기술로 진화할 것이라며 ‘새로운 전기’로 비유한다. 다만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낙관적인 ‘스타트랙’의 세계도,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배되고 통제되는 ‘매트릭스’의 디스토피아도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피아노 치는 로봇. 게티이미지

인공지능은 이처럼 우리 삶 곳곳에서 큰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것부터, 우리가 친구와 교감하고, 뉴스를 읽는 방법까지…. 특히 중대한 위기 가운데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또다시 도래할 게 분명한 다음 팬데믹과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미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로봇의 부상’의 저자 마틴 포드는 인공지능이 전기와 비견될 만큼 인간 사회의 거의 모든 것과 접촉하고 거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범용기술로 진화할 것이라며 ‘새로운 전기’로 비유한다. 즉, 인공지능은 어디에나 있고,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인류문명의 거의 모든 측면에 닿아서 문명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마틴 포드/이윤진 옮김/시크릿하우스/2만원

다만 인공지능이 인류의 거의 모든 분야에 닿고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간에 파괴적 혁신을 이룰 분야와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릴 분야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종종 과장되거나 자극적 내용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오래전부터 각 가정에서 개인용 로봇을 사용하게 되리라고 예고돼 왔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재정 투입과 종합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성장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인간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개인용 로봇을 만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연구가 현재 어느 단계에 도달했는지 살펴보고, 향후 인공지능이 우리의 노동, 경제, 사회, 정치, 문화,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본다. 인공지능은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하고 삶의 많은 영역에서 개선을 이루도록 하겠지만, 경제 불평등을 심각한 수준으로 몰아가거나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단순화해 실업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특히 “인공지능 연구가 악마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지적처럼, 인공지능에는 긍정적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편향을 유도하거나 증폭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를 더욱 편협하게 만들거나 진영 논리에 갇히게 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는 사건을 음성이나 영상으로 끊임없이 생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각종 범죄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인간의 구체적 승인이나 개입 없이 살상을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완전 자율무기를 통해 화학무기나 생화학무기, 심지어 핵무기만큼 파괴적일 수 있고,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감시와 검열 시스템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차원을 바꾸는 강력한 기술임이 분명하지만 이 기술을 안전하고 공정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규제와 광범위한 관리 감독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대응 방향과 원칙, 속도에 따라 인간성을 오히려 강화시켜주는 낙관적인 ‘스타트랙’의 세계도 될 수 있고, 인간이 오히려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와 요원들에 의해 철저히 지배되고 통제되는 영화 ‘매트릭스’의 디스토피아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적인 미래는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목적지와 명확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되, 어떤 경우에는 인공지능의 적용을 규제하거나 금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열린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여러 위험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인공지능의 적용을 규제해야 할 수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금지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미래는 우리가 준비하기 훨씬 전에 이미 도착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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