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형식 ‘굴욕 외교’ 비판도
尹·바이든 두 차례 짧은 환담
전기차법 등 관련 우려 전달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 한·일 정상 간 별도의 만남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자가 모이는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주요 파트너국인 미국, 일본 정상과 따로 만남을 갖고 특히 그간 갈등을 반복했던 일본 측과 양자 회담을 한 점은 성과로 꼽히지만, 협의 과정과 만남의 형식을 놓고선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성한 안보실장은 22일 새벽 현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낮 12시23분부터 약 30분간 기시다 총리와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약식회담을 개최했다”며 “양 정상은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해 양국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기시다 총리가 다른 일정을 진행했던 장소를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회동 관련 양측의 보안 합의에도 한국 취재진은 배제된 채 일본 취재진만 회담장에 들어서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전달했다. 이날 회담에 대해서도 일본 측은 ‘간담회’라고 표현하며 만남의 의미를 낮췄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나 짧은 환담을 나눴다. 당초 예고했던 정식 회담은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시내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가 끝난 직후 무대 위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이야기를 나눴고, 같은 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 부부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서 추가로 대화를 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의 전기차법(정식 명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설명하고 미국 행정부가 해당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는 도중 박진 외교부 장관 쪽을 향해 “국회에서 이 ××(비속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현장에 있던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대해 “빈손, 비굴 외교에 이어 막말 사고로 국격이 크게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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