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달전 구형받고 범행 계획
피해자 옛 주소 다섯 차례 방문
못 만나자 근무지 찾아가 살해
중앙지검 전담팀 보강수사 돌입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한 달여 전 이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전주환은 피해자의 옛 주소지를 다섯 차례나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자, 피해자가 근무하고 있는 신당역으로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전주환이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으로 징역을 구형받은 지난달 18일 이후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환은 “피해자의 고소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고, 9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된 데에 원망에 사무쳐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주환은 직위해제 상태인데도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주소를 확인했다. 이달 5일을 시작으로 범행 당일인 14일까지 5번이나 해당 주소지를 찾아갔다. 다만 내부망에 등록된 피해자 주소가 이사하기 전 옛 주거지였던 탓에 전주환은 피해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전주환이 피해자가 근무하고 있던 신당역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도 이러한 이유로 추측된다.
경찰은 전주환이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 지역과 시간을 조회한 뒤 찾아와 범행한 점, 샤워 캡과 장갑을 집에서 미리 챙겨온 점, 휴대전화에 무선인식장치(GPS) 조작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점 등을 근거로 이번 범행이 계획범죄라고 판단하고 있다. 샤워 캡을 착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 현장에 머리카락을 남기지 않기 위한 의도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전주환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등을 확보하고, 자택에서 태블릿 PC와 외장 하드디스크 1대씩을 압수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환과의 면담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이른바 ‘사이코패스 검사’로 불리는 PCL-R 검사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전주환은 대체로 협조적인 태도로 임했다고 한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전주환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진 질문에 전주환은 “미친 짓을 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범행 동기나 사전 계획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이날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보강수사에 돌입했다. 형사3부 김수민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한 수사팀은 팀장을 포함해 총 4명의 검사로 구성됐다. 검찰은 전주환 송치 직후 인권보호관 면담을 받게 한 뒤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전주환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22일 대검찰청 형사부장, 형사3과장, 경찰청 형사국장, 여성청소년수사과장 등이 참석하는 검경 스토킹범죄 대응협의회를 개최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