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뜩이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인력 이탈 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범 이후 줄곧 누적된 무력감과 지휘부에 대한 불만이 '탈(脫) 공수처'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연합뉴스와 공수처에 따르면 최근 수사1부 이승규 검사와 김일로 검사가 지휘부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지난 3개월간 수사3부 문형석·김승현 전 검사, 최석규 부장검사가 사직한 데 이은 추가 이탈 움직임이다.
지휘부는 두 검사의 사직을 만류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공수처를 떠나면 검사는 처·차장을 포함해 모두 18명, 실제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할 인원은 13명으로 줄어든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 3명을 추가 임용하기 위해 후보자들을 대통령에게 추천한 상태인데, 이들의 임명이 확정돼도 정원(25명)에 못 미치는 21명에 그치게 된다.
검사 외에 수사관 2명도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구성원들의 무력감이 이탈 현상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사직 의사를 밝힌 한 검사는 "나름의 이상을 갖고 공수처에 오게 된 검사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환경에 회의를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수처가 총력을 쏟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게 큰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이승규 검사 역시 지난해 말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부터 사직을 고민해왔다는 후문이다.
기관 자체에 대한 외부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할 기회도 줄었다. 앞서 '서해 피격 공무원'의 유족은 문재인 정권의 고위직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역시 검사들의 사기를 크게 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는 지휘부의 판단력 부족과 그에 따른 구성원들의 불신을 이탈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인사·배당과 관련해 지침이나 기준이 없다"며 "지휘부와 수사 방향성이 맞지 않으면 사건을 안 주는데 열심히 할 수가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공수처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검사들의 사직 행렬이 "한 가지 사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공수처 검사의 임기 등 법적으로 미비한 점들을 빨리 논의해 고쳐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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