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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각박한 팬데믹 시대… 치유의 메시지 담았죠”

입력 : 2022-09-20 20:37:08 수정 : 2022-09-20 22: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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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편 낸 소설가 김호연

편의점 자체가 작품 주인공
이 시대 가장 흔한 곳이라
다양한 얘기 나올 수 있어
친근해서인지 독자층 넓어

속편, 1편보다 좋을 수 없어
출간하기까지 고민 많이 해
1·2권 80만권 팔려 큰 사랑
쉬면 감 떨어져… 끝없이 노력

“선배가 하는 편의점은…” 2018년 가을 무렵, 소설가 김호연은 대학 과선배가 운영하는 서울 문래동 편의점을 찾았다. 선배는 5, 6개월 정도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한 뒤 가게를 차렸다. 편의점에서 열심히 일하는 선배의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학생 및 사회 운동을 해온 선배는 접객을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가 심지어 인상마저 조금 무섭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팔아준 뒤 선배와 잠시 수다를 떨었다. “참 불편할 것 같은데, 근데 되게 잘하네.”

그의 머릿속에는 우연히 자신이 선배에게 건넸던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머물렀다. 불편한 편의점이란 말이 지닌 형용모순,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 제목으로 언젠가 한번 이야기를 써보자.

김호연 작가가 지난해부터 장안의 화제가 됐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속편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1편을 쓸 때는 저 자신부터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엇비슷한 시기, 편의점 애호가였던 그는 친구에게서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연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회사를 명예퇴직한 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친구였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편의점은 예전에는 타자화된 낯선 공간, 구멍가게를 밀어낸 공간이라는 시선이 있었다면, 지금은 동네 구멍가게 역할을 합니다. 많은 사람이 편의점을 애용하고, 안 그럴 것 같지만 그곳에서 말도 많이 하죠. 제목이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게다가 이 시대 가장 흔한 공간이니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곧바로 집필에 착수하진 못했다. 발상과 아이디어가 생기고 모아지던 그때, 그는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스릴러 ‘파우스터’를 쓰고 있었다. 이듬해 여름부터 편의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출판사와 정식 계약도 맺지 않은 채. 전작이 실패하면서 출판사와 계약하자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계약을 하지 않고 작품을 쓰려니 집필에만 전념할 순 없었다. 2020년 말에야 완성할 수 있었다.

소설가 김호연은 정식 출판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4월 대중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펴냈다. 책은 순식간에 서점가를 강타했다. 출간 2개월 뒤인 지난해 6월 ‘밀리의서재’에서 처음 1위에 오르더니 7월부터 영풍문고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올해까지 꾸준히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판권도 아시아 7개국에 팔렸다.

김 작가는 지난달 다시 ‘불편한 편의점’ 2편을 펴냈다. 2편은 새 주인공으로 연극배우 출신 근배씨가 등장해 1편의 독고처럼 편의점 손님과 이웃, 직원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새 인물의 등장에도 1편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비슷한 느낌도 주도록 하는 한편,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시대를 맞아 재기와 치유의 메시지를 좀 더 강화하려 했다.

“다시 일어나 돌아가야 했다. 사람은 일어나면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일어나면 움직이게 되어 있고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가게 되어 있다. 그것이 재기이고, 정신을 차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이었다.”(268쪽)

‘불편한 편의점’ 1·2권을 합쳐 80만권 이상 팔렸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대만어판 출판을 맡은 대만 수방사가 최근 3쇄를 찍는 등 동아시아에서도 순항 중이다.

왜 지금 사람들은 대중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열광하는 것일까. 소설과 시나리오를 두 손에 쥔 김 작가의 여로는 어디로 향해 갈 것인가. 김 작가를 지난 13일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속편 출간에 고민도 적지 않았을 텐데.

“당초 속편 출간을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출판사의 속편 제의에 고민했다. 한편으론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속편이 1편보다 좋을 수 없는 데다가 자칫 잘못 내면 1편까지 욕먹을 수 있다. 고민 끝에 아이디어가 나오면 쓰겠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가을쯤 2편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래서 지난해 늦가을 계약을 맺은 뒤, 12월 제주로 내려가서 7개월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필에만 몰두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청파동에 위치한 편의점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이유는.

“어릴 때 남산 밑에서 살았고, 청파동이나 남대문 남창동 등에서 많이 놀아서 정서적으로 아는 동네인 데다가, 서울역 노숙자인 독고가 걸어갈 수 있는, 물리적 개연성이 있는 동네여서 청파동으로 했다. 편의점 이름은 노숙자를 알바로 쓴다고 하면 싫어할 수도 있고 작품 핵심 공간만큼 상상해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해 ‘올웨이즈’라고 새롭게 지었다.”

―2편 주인공인 근배는 어떻게 탄생한 캐릭터인가.

“저는 편의점 공간 자체가 작품 주인공이라고 생각했고, 주동 인물로 1편에선 독고와 70대 여성 사장 염 여사를 생각했다. 2편의 경우 작년 여름을 배경으로 염 여사의 말썽꾼 아들 민식이 사장이 된 편의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독고와 비슷한 캐릭터로 근배를 등장시켰다. 1편 중간쯤 독고에 대한 희곡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 인경이 나오는데, 인경이 준비하는 연극의 주연 배우가 바로 근배다. 팬데믹 때문에 연극이 상연되지 못하는 사이, 시간도 남고 돈도 벌어야 해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독고 캐릭터를 체험하러 온 것으로 설정했다.”

―인기가 엄청난데, 왜 요즘 사람들이 ‘불편한 편의점’을 찾아 읽는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스토리가 따뜻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팬데믹 시대 각박하고 힘든 세상에서 불편하지만 우리가 서로 도와서 편해진다는 화두가 잘 통한 것 같다. 아울러, 예상치 못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생들까지 이번 작품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청소년들이 편의점과 친근하기도 하다. 독자층이 중고생이나 가족에게로 크게 넓어진 것 같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호연은 2013년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등단 이후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등을 펴냈다.

김호연 작가는 이날 자신을 산책이나 등산 정도만 하는, 취미가 별로 없는 ‘심심한 사람’이라고 무심하게 소개했다. 심심한 사람? 둥그런 얼굴 모양에, 상고머리 같은 짧은 머리, 많은 고뇌와 경험을 담은 듯 툭 튀어나온 넓은 이마, 뭔가 깊이 몰두해온 듯한 구릿빛 얼굴, 장인의 그것 같은 덥수룩한 턱수염, 유난히 번쩍거리는 눈빛…. 심심한 사람이라는 묘한 말이 단단한 몽돌 같은 그의 모습과 겹쳐지자 불현듯 드는 생각, 혹시 그는 내내 소설과 시나리오의 세계에만 침잠하고 몰두해온 건 아니었을까. 사람이란 일어나기만 하면 가만히 서 있지 않으니까.

지금 같은 출판 빙하기에 무려 80만부가 팔린 책을 펴낸다는 게 다만 우연이고 시대의 편승이고 운뿐이었을까. 20년 넘는 상업영화 시나리오 집필과 네 권의 장편소설 창작으로 쌓인 내공이 폭발한 건 아니었을까. 분명한 대중소설 지향과, 대중적 플롯 및 문체의 시도, ‘심심한 사람’으로 상징되는 집중과 몰입이 빚어낸 성취도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쉬면 안 돼요.”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매주 3일 이상 전국 학교와 도서관을 찾아서 독자를 만나고 있다는 김 작가가 한 말은 내년부터 다음 작품을 준비하겠다는 거였다. “쉬면 감이 떨어지고, 두려운 게 있어요. 독자들을 만나느라고 글을 못 쓰니까 조바심 나는 게 있죠.”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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