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아들'로서 여왕과 첫 대면한 일화 소개
"군주제, 우리와 잘 어울려… 당장 변화 없다"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 국장(國葬)에 참석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장례 절차 종료 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여왕과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여왕 서거 후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모시는 국가들에서 ‘공화정 전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그는 “캐나다는 군주제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 그런 움직임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
1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여왕과 처음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가 캐나다 총리(1차: 1968∼1979년 재임, 2차: 1980∼1984년 재임)이던 시절인 1971년 태어난 트뤼도 총리는 어린 시절을 총리관저에서 보냈는데, 마침 엘리자베스 2세가 캐나다를 방문해 총리 가족과도 인사를 나눈 것이다.

당시 여왕은 50대에 갓 접어든 중년 부인이었고, 트뤼도 총리는 고작 7살 꼬마였다. 트뤼도 총리는 “여왕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니 학교에서 빨리 돌아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신발에 흙이 잔뜩 묻어 집에 가기 전 학교 화장실에 가서 신발을 깨끗이 닦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영국 여왕은 캐나다의 국가원수이기도 한 만큼 어린 나이에 얼마나 긴장했을지 짐작이 간다.
태어날 때부터 총리관저에서 살았던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를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다. 하지만 그는 “여왕을 본 것이 가중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해 그 어떤 세계 지도자들보다 여왕한테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음을 털어놨다. 이어 “당시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여왕을 올려다봤다”며 “나 같은 어린 꼬마를 그저 사랑스럽고 사려 깊고 또 친절하게 대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 일은 거의 40년 뒤인 2015년 그가 아버지 뒤를 이어 캐나다 총리가 되었을 때 캐나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모두 크게 회자됐다. 취임 직후인 그해 11월 영국을 방문한 트뤼도 총리는 버킹엄궁에서 여왕과 독대했다. 아흔을 앞둔 여왕은 트뤼도 총리를 환영하며 “다시 만나 매우 반갑다. 이번에는 좀 다른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7살 꼬마가 훌륭하게 성장해 일국의 총리가 돼 당당히 자신 앞에 선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에 트뤼도 총리도 “어린 시절 뵈었을 때는 여왕께서 저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는 말로 화답했다.

한편 트뤼도 총리는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섬겨 온 영연방 회원국들 중 일부의 이탈 움직임에 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캐나다 역시 영국 왕실과의 단절, 그리고 공화정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나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의 현 제도는 균형이 잘 잡혀 있다”며 군주제를 옹호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군주제가 캐나다인들과 계속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영국 왕실과 관계를 끊거나 하는 것은 현재 캐나다인들이 집중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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