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태운 셔틀버스, '수학여행' 비유되기도
뉴질랜드 총리, "난 평소에도 카풀 장려" 농담
바이든 전용차 '비스트', 교통체증에 진땀 흘려
“학창시절 수학여행(school trip)을 연상케 하는 사상 유례없는 국가 정상들의 버스 단체이동.”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모인 세계 각국 국왕, 대통령, 총리 등이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이동하는 모습을 본 영국 언론들의 비유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國葬) 참석을 위해 이른바 ‘VIP’로 불리는 정상급 인사만 500여명이 모인 데 따른 진풍경이었다.
다만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버스 대신 최상의 방탄 기능을 갖춘 전용차에 의존해 장례식장까지 이동했다.
이날 국장이 열리는 런던 시내 현장을 취재한 아랍에미리트(UAE) 유력 일간지 ‘더내셔널’에 따르면 전날(18일)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가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숙소에서 밤을 보낸 뒤 이날 오전 런던 시내 첼시왕립병원 앞에 모였다. 병원까지는 각자의 의전차량을 이용했으나, 이후 내려서 저마다 배정된 셔틀버스에 탑승해야 했다.

일부 정상들은 이런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는지 셔틀버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나는 평소에도 장관들한테 (여러 명이 차량 한 대에 동승하는) 카풀을 적극 권유했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행사를 잘 운영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처음 영국 정부가 ‘여러 정상이 함께 셔틀버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를 했을 때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결국 독자 행보를 포기하고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더내셔널은 “정상급 인사 수백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이런 행사에서 정상 개개인이 보통의 국빈방문에서와 같은 특급 의전을 기대할 수 없음이 명확해진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미국만은 예외였다. 애초 “버스에 탈 생각이 없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측 양해를 얻어 따로 이동했다. 이날 런던 시내에선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관용차 ‘비스트’, 그리고 경호 및 의전용까지 여러 대의 차량 행렬이 지독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운행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최상의 방탄 기능을 갖춘 비스트는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 항상 동행한다.
오전 11시 엄수되는 국장을 위해 일찌감치 시내로 나온 인파 및 차량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등 진땀을 흘려야 했다. 행렬이 멈추고 비스트 차창 안으로 바이든 대통령 얼굴이 보이자 일부 시민이 그쪽으로 다가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더내셔널은 “비록 미국의 독불장군식 행보가 영국 의전당국을 힘들게 했으나 런던 시민, 특히 어린이들한테는 비스트를 직접 구경하는 즐겨움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