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절대적 열세가 예상됐던 이용호 의원이 영남 출신의 당내 최다선(5선) 주호영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 40%에 가까운 득표로 선전한데 대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소위 '윤석열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고 직격했다.
이날 투표에는 당내 의원 115명 중 106명이 참여한 가운데 주 의원이 61표, 이 의원 42표를 각각 차지했고, 무효표는 3표로 집계됐다. 전북 출신인 이 의원은 국민의당·무소속을 거쳐 대선 때인 지난 12월 7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이날이 입당 287일 째에 불과했다.
박 전 원장은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민심을, 경제는 시장을 거역할 수 없음에도, (친윤석열 진영이) 이준석을 제거해 싹을 자르려한 데 대해 상당한 저항, 즉 '윤심(尹心) 논란'에 대한 피로감과 이른바 '윤핵관'에 대한 당내 반발이 표로 이어진 것 같다"며 "반윤 정서가 싹틀 것으로 봤는데 (이번 선거를 보니) 이미 싹이 자랐더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사실상 이용호의 승리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현재의 민도나 정치환경 등은 박정희, 전두환 시절 때와 확연히 다르다"며 "권력을 잡았다고 무리수를 두면 민심은 떠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국내·외 경제 위기, 협치 실종을 윤석열 정부가 태생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3대 이유로 꼽은 뒤 "서방언론까지 나서 그래서 '정치적 짐'이다, '기본이 안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가면 경제도 성공할 수 없고,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이어 윤 대통령의 애독서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 현 정부를 향해 "바보야, 문제는 정치"라고도 지적했다.
특검 논란에 대해선 '쌍특검'을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김건희 여사 특검하라는 여론이 60%가 넘고 이재명 강압 수사가 아니다는 의견도 과반이 넘는다"며 "가장 공정한 방식이 특검인 만큼 (이재명·김건희 문제는) 쌍특검에 보내고,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 영수회담에서는 경제·물가·외교 등의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특히 외교문제와 관련해 "7·4공동성명, 9·19 군사합의, 6·15공동선언 등이 근간이 돼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 문재인 정부의 평양선언이 도출된건데 '정치쇼'라고 얘기 하면 과연 김정은이 대화에 나서겠느냐"며 "방미활동을 통해 대북 문제에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담대한 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윤 대통령이 잘 설득해 달라"고 주문했다.
단 일각에서 제기된 한일정상 간 '그랜드 바겐'에 대해선 "피해자가 있고,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없는 상황도 넉넉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전국 최저 투표율, 전당대회 등을 언급한 뒤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전폭 지지해 첫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전략적 투표로 당선의 교두보를 놨다"며 "(최근 민주당 상황은) 과거 안철수 신당이 생겼을 때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호남에는) 탄압엔 뭉쳐서 저항하려는 힘이 여전히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의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영향력 약화, 군 공항 등 지역 핵심 현안에 정치적 실익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 당내 문제에 대해 올곧은 소리를 내려는 의지가 약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