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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차례 조종, 여왕과 마지막 작별…100만명 몰린 ‘세기의 장례식’

입력 : 2022-09-20 06:00:00 수정 : 2022-09-20 10: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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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일가 운구행렬 걸어서 따라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55분간 엄수
英 전역 2분간 묵념뒤 국가로 마감
윈저성 남편 필립공묘 옆서 영면

70년간(1952∼2022) 재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일(현지시간)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애도 속에서 엄수된 국장(國葬) 후 영면(永眠)에 들어갔다.

 

여왕의 장례식은 찰스 3세 영국 국왕,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비롯한 영국 고위인사와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루히토(德仁) 일왕 등 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됐다. 웨스트민스터 장례식과 웰링턴 아치까지의 도보 행렬 등에는 시민 등 100만명이 몰려 ‘세기의 장례식’으로 치러졌다.

영면에 드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19일(현지시간) 장례식이 엄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고 있다. 여왕이 생전에 사용했던 왕관과 홀(왕이 손에 쥐는 막대)이 놓여 있는 관 뒤를 찰스3세 국왕 등이 뒤따르고 있다.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사망 이후 57년만에 국장으로 거행된 ‘세기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500명을 포함해 2000명이 참석했다. 런던=AP연합뉴스

◆55분간 엄수… 2분간 묵념, 영국이 멈췄다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됐던 여왕의 관은 오전 10시40분쯤 해군 포차(砲車)에 실려 장례식이 거행된 길 건너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됐다. 왕위를 이어받은 찰스 3세 국왕 등 왕실 일가는 운구 행렬을 따라 걸어서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사원에서는 장례식을 96분 앞둔 9시24분부터 여왕의 96세 일생을 상징하는 종을 1분에 한 번씩 울렸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 의례에 따라 진행된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데이비드 호일 주임사제가 집전했다. 그는 “여왕이 결혼하고 대관식을 올린 이곳에서 우리는 그의 긴 생애와 헌신을 추모하고 주님의 자비로운 품속으로 보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설교에서 “이처럼 쏟아지는 사랑을 받은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며 여왕을 추모했다. 이어 트러스 총리는 천국에 대한 예수의 약속 내용을 담고 있는 성경의 요한복음 14장을 봉독하며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오전 11시55분에는 영국 전역에서 2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백파이프 국가 연주로 장례 절차는 마무리됐다.

눈물 흘리는 시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엄수된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장례 행렬을 보기 위해 운집한 침통한 표정의 시민 중에서 한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여왕 생전 ‘신이시여 여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Queen)’로 불렸던 국가의 가사는 ‘신이시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로 변경되며 찰스 3세 시대를 알렸다. 런던 히스로 공항은 오전 11시40분부터 30분간 항공기 이착륙을 멈췄다.

 

행사 후 포차에 실린 여왕의 관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약 2.5㎞ 거리를 40여분간 천천히 이동하며 영국 전역에서 모여든 국민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장례 행렬에는 기마대와 군악대 등이 포함됐으며 찰스 3세, 윌리엄 왕세자 등 왕실 일가는 걸어서 여왕의 뒤를 따랐다.

 

웰링턴 아치에서 행진을 마친 여왕의 관은 왕실 전용 운구차로 옮겨져 버크셔주 윈저성으로 이동했다. 오후 4시부터는 윈저성 내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약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를 위한 소규모 예식이 치러졌다. 이어 오후 7시30분 왕실 일가가 모인 가운데 비공개 예배가 진행된 뒤 여왕은 지난해 4월에 먼저 세상을 뜬 남편 필립공 옆에 묻혀 영면에 들었다.

◆‘세기의 장례식’에 최대 규모 경호

 

여왕의 장례식에는 각국 지도자와 정치인, 왕족 등 고위인사 500명 이상이 초대돼 ‘역대급’ 규모를 과시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해외 귀빈에는 윤 대통령 외에 바이든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이 포함됐다.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영국과 불편한 관계인 아일랜드에서도 마이클 마틴 총리가 참석했다. 수 세기 동안 혼맥으로 얽힌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왕족들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외신들은 “러시아·벨라루스·미얀마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권 유린 등 이유로 명단에서 빠졌다”며 “이란, 북한, 니카라과 등에는 국가원수가 아닌 대사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질 바이든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기리며 조문록에 서명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장례식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70년 동안 여왕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며, 우리 모두가 그렇다”며 “여왕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왕실의 귀빈들이 참석하는 만큼, 영국 정부는 이날 국장을 앞두고 전쟁을 치르듯 외교·의전·경호 준비를 해왔다. 영국 외무부는 ‘세기의 장례식’이 불상사로 얼룩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귀빈 의전에만 공무원 300명을 투입했다.

 

여왕의 장례식을 위한 정부 계획인 ‘런던 브리지 작전’은 경찰이 주도했다. 지난 8일부터 런던 전역에서 장례식 대비 훈련을 해온 경찰은 사상 최대의 치안 인력을 투입했다. 스튜어트 콘데 메트로폴리탄 경찰 부국장은 “단일 행사로서 이번 장례식은 2012년 런던올림픽보다도, 플래티넘 주빌리(여왕의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보다도 더 크다”고 말했다.

여왕 관 따라 걷는 찰스 국왕 찰스 3세 영국 국왕(가운데) 등 영국 왕족이 19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해외 각국 수장이 한곳에 대거 모인 만큼 중요하고 내밀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의전장이었던 카프리시아 마셜은 “정상들이 보좌관이나 기록하는 사람 없이 모이는 건 드문 기회”라며 “다른 나라 정상 말고는 딱히 대화할 상대도 없는 만큼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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