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전화인줄 알았는데” 감격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19일(현지시간)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는 각국 정부·왕실 인사들 사이에 낀 일반 시민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일했던 브래드퍼드의 간호사 낸시 오닐 등 일반인 183명도 공식 초대를 받은 것이다.

영국 타임스가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이라고 명명한 일반인 참석자는 주말인 지난 10일 걸려온 발신자표시제한 전화로 초청을 받았다. 1994년부터 바다에서 13명의 목숨을 구한 영국왕립인명구조협회(RNLI) 자원봉사자 가이 애딩턴은 “딸을 데리고 수영 강습을 가다가 전화를 받았다”며 “나를 이 길로 이끈 조부와 부친 두 분 다 내 곁에 없지만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 8개월째에 연인한테서 칼에 찔린 이후 학생들에게 칼부림 범죄의 위험성을 가르치는 운동가로 변신한 내털리 케이로스는 “스팸 전화인 줄 알았는데 국무조정실 신사가 매우 정중히 초청 사실과 복장 규정을 알려줬다. 급히 검은 드레스와 모자를 구했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이 초청된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짐작만 할 뿐이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취약계층 주민에게 1200끼의 무료 식사를 제공한 변호사 프라나브 바노는 “여왕은 각기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며 “나처럼 평범한 사람과 미국 대통령이 한데 섞인 장례식은 그런 여왕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