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된 비핵 능력’까지 포괄적 논의
전략자산 시의적절한 한반도 배치
1차때 “美 약속” → 이번엔 “韓 공조”
“핵우산 실행력·신빙성 측면 진일보”
대응수단 ‘국력의 모든 요소’ 등 표현
조현동 “北 도발 억제 확실한 메시지”
정부 당국자 일문일답
“공동기획·위기협의 韓 목소리 반영 논의
尹정부 담대한 구상도 여전히 유효”
16일(현지시간)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3차 회의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시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MD) 등 군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이버·전자기·우주 등 ‘진전된 비핵 능력’까지 포괄적으로 다뤄졌다. 북핵 위협 시 미국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한반도 전개를 위한 ‘한국과 공조 강화’가 거론됐다는 게 주요 성과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에 한국도 일정 부분 관여
18일 외교·국방부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4년 8개월 만에 가진 EDSCG 3차 회의에서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운용 강화에 합의했다. 이번 EDSCG 회의는 북핵의 고도화로 인해 과거 회의들과 비교해 한층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시점상으로는 북한의 5차, 6차 핵실험 이후 열린 1, 2차 회의와 달리 7차 핵실험 이전 상황에서 열렸다. 형식 면에서도 보다 엄중한 상황이 반영됐다. 2016년 12월20일 1차 회의 때의 ‘공동언론보도문’, 2018년 1월17일 2차 회의 ‘공동보도자료’와 달리 이번에는 ‘공동성명’이라는 이름으로 회의 결과를 소개했다.
내용 면에서도 ‘한·미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강력하고 단호한 범정부적 대응’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미는 1차 EDSCG 회의 후 ‘양측은 대한민국 방어를 위해 미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배치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3차 회의 후엔 ‘미국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라고 표현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배치·운용 판단 과정에서 미국 일방의 결정이 아니라 한·미 간 정책 조율의 여지가 생겼다는 점을 뜻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핵 공격했을 때 과연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문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한국 대표단에 이례적으로 자신들 핵심 자산인 미사일방어청(MDA)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군 소식통은 이번 3차 회의 결과와 관련해 “이번 EDSCG는 핵우산의 실행력과 신빙성 측면에서 논의가 구체화했다”며 “과거 회의와는 달리 확연히 진일보됐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가용 수단 총동원해 북 핵·미사일 억제
이번 공동성명은 북한 위협 대응 수단으로 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외교·정보·군사·경제’도 나열됐지만, ‘모든 가용한 수단’이라든지 ‘국력의 모든 요소’라는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며,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며 “이번 회의는 한·미동맹이 강력한 연합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억제할 준비가 됐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양국 국민에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만이 아니다. 미 핵항모 로널드레이건호(CVN-76)가 이달 말 동해에서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것이 이번 EDSCG에서 합의된 미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한’ 전개 및 양국 간 연합연습 강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는 이번 공동성명에서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DSCG 회의에서 도출된 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 공조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차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사이버사령부를 방문해 한·미 연합 사이버 작전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신 차관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주요 수단 중 하나로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이버 테러와 해킹, 자금 탈취 등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한·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北 핵공격 대응에 전략적 모호성 유지… 상황 따라 전략자산 배치 정례화 논의”
우리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통해 전략자산 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도록 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포함한 미래 핵 위협과 도발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핵무기 대응과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 측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참석했다. 신 차관이 EDSCG 계기에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를 시찰하고, 미사일방어청을 방문한 것도 전략자산 운용공조 차원에서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은 정부 당국자와의 일문일답.

―미국의 전략자산 활용 결정에 한국 개입 정도는.
“미국이 그런(전략자산 활용)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목소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느냐는 확장억제를 계속 강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목표다. 한·미 간 북한 위협에 대응해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위기 협의, 연합연습, 전략자산 전개, 전략 협의 등에 대해 분야별로 체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한국 개입 부분은) 공동 기획이나 위기 협의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개시했고 진전을 보는 과정에 있다.”
―미국이 전략자산을 추가로 배치하나.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자산을 어떻게 추가 배치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전략자산 배치를 정례화하고 적시적으로 할 것인가 논의가 있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하나.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이 어떤 확장억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군사·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압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의미는.
“핵전략은 말하는 순간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있고, 잘못하면 공세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핵보유국의 기본적 운영방침이다. 이 표현의 의미는 충분히 해석 가능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경고하는 데 있다.”
―미국이 본토를 공격받을 위협까지 고려해 북한의 위협에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인가.
“미국이 서울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포기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으로 이해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미사일방어 역량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확장억제가 작동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한국 대표단이 이번에 미사일방어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 본토 방어와 관련해 자신의 미사일방어 능력을 브리핑했고 미국에 대한 핵 위험을 차단하면서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의를 했다.”
―한·미 간 EDSCG 회의 등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과는 다른 행보로 해석될 여지는.
“담대한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 성명에도 미국의 지지 입장이 포함됐다. 담대한 구상과 대북정책의 기본 요소는 3디(D)다. 첫째는 억제(Deterrence)다. 북한 도발이 억제된 상태에서 그다음 단계로 핵 포기를 설득(Dissuade)하는 것. 그리고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진전된 관계를 만드는 외교(Diplomacy)로 간다.”
―성명에 한·미가 우주, 사이버 영역 협력을 강화하고 공조를 증진한다고 돼 있는데 그 의미는.
“군사적으로 보면 핵무기를 사용한 다음에 대응도 중요하지만 소위 발사 이전에 비물리적 방식으로 차단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능력이 중요하다. 우주, 사이버, 전자기 이런 부분 협력이 그것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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