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13분간 3득점 ‘해트트릭’
지난 4월 이어 통산 3번째 달성
8경기 연속 무득점 시름 ‘훌훌’
18일 새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이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레스터시티와 리그 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자 한국과 영국 현지 축구팬들이 술렁거렸다. 손흥민(30)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 그는 2022~2023시즌 개막 이후 리그 6경기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경기 등 8경기 연속으로 선발로 나서 단 1골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자, 현지 팬들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부진한 손흥민을 벤치로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전 시즌 득점왕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손흥민의 얼굴이 유난히 담담했다. 앞선 경기에서 교체 사인이 나오자 격하게 흥분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 속에 부진을 자신의 힘으로 반드시 떨쳐내겠단 결의가 엿보였다. 그리고 그는 후반 중반 교체돼 3번 골망을 흔드는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이 결의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날 손흥민은 팀이 3-2로 앞서던 후반 14분 히샤를리송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해 4월 뉴캐슬전 이후 무려 1년 5개월여 만의 리그 경기 교체 출장이었다. 이후 14분 만에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시즌 마수걸이 골을 만들어냈다. 하프라인 앞쪽에서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 지역 정면까지 혼자 드리블해 날린 오른발 중거리 감아치기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역습을 저지하던 2명 수비수뿐 아니라 골키퍼까지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가장 손흥민다운 골이었다. 득점 이후 손흥민은 관중들 환호와 동료들의 축하에 호응하는 대신 묵묵히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시즌 첫 골을 터뜨린 이후로는 한층 더 거침없이 공격에 나섰고 결국, 후반 막판 두 골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후반 39분에는 첫 번째 골과 비슷한 위치에서 발을 바꿔 이번엔 왼발 감아차기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후반 41분에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왼쪽을 파고들던 손흥민에게 내준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마지막 세 번째 득점은 선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지만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로써 지난 4월 2021~2022시즌 애스턴빌라전 이후 5개월 만에 자신의 EPL통산 세 번째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완성한 뒤 손가락 세 개를 들어보이며 그제야 살짝 미소를 지었다.

리그 최하위 레스터시티와 5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속 3-2로 힘겨운 리드를 지키던 토트넘은 교체 투입된 손흥민이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결국 6-2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개막 이후 리그에서 무패를 달렸지만 답답한 공격력 속 경기력에 대한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손흥민 활약 속 무려 6골을 터뜨리며 반전 계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 추가로 5승2무 승점 17을 기록하며 맨체스터시티(4승2무 승점17)와 골득실에서만 뒤진 리그 2위에 자리했다.
경기 뒤 손흥민은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보냈고, 솔직히 말하면 좌절하기도 했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에 대해 털어놓으며 “하지만 오늘 매우 좋은 승리를 했고, 실망감도 사라졌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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