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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산재, 가해자에 구상 청구 불가”

입력 : 2022-09-15 06:00:00 수정 : 2022-09-15 0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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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후배 성희롱에 극단적 선택
공단, ‘유족 보험금’ 손해배상 청구
대법 “동료 직원은 청구 대상 아냐”

회사 내 성폭력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산재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가해자에게 보험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시스

A씨는 직장 후배인 B씨를 2년여에 걸쳐 지속해서 성희롱·성추행했다. A씨는 임신, 성생활에 대한 부적절한 말을 여러 차례 하는 등 성차별적 발언을 했고, B씨는 2017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공단은 유족에게 보험금 1억5800여만원을 지급한 뒤 A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근로복지공단이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했다면 원인 제공을 한 제3자를 상대로 피해자 대신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를 ‘제3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는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2004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맞섰다.

 

1, 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성폭력 행위처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동료 근로자라 할지라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 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경우, 그 가해 행위는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면서 “동일한 사업주에 의하여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동료 근로자는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구상의무가 있는 제3자에서 제외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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