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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60㎝ 침수 시 지하는 5분여 만에 수위 90㎝ 도달…다시금 피해 없으려면

입력 : 2022-09-12 15:06:36 수정 : 2022-09-12 1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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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12일 ‘침수 대비 국민행동요령’ 국민재난안전포털 웹사이트에 게재
지하주차장 침수 시 들어가지 말고 차수판과 모래주머니·양수기 등 철저히 비치
방재관리연구센터 자료, 지상 침수 높이 60㎝ 상황에서 지하공간 수위 5분40초 만에 75~90㎝ 도달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의 한 빌딩 지하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차수판’. 이 빌딩은 2011년 폭우와 지난달 수도권 폭우 속에서도 사진에 보이는 차수판으로 지하주차장 침수를 완벽히 막아냈다. 지난 5일 둘러본 일대에서는 이와 유사한 차수판이 설치된 빌딩 17곳을 발견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로 접근하던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의 한 빌딩가.

 

10여년 전 폭우 속 ‘차수판’으로 지하주차장 침수를 완벽히 막아 온라인에서 ‘노아의 방주’로 불린 이 건물에서 만난 주차장 관리 직원은 기자와 대화에서 지난 8월 수도권 폭우 건물 근처 맨홀 역류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다.

 

당시 수도권 폭우로 건물 근처 맨홀이 역류하면서 일대 도로가 침수됐지만 차오른 물을 차수판이 완벽히 막아 다행히 지하주차장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고, 이러한 사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재차 전해지면서 다시금 화제가 됐었다. 이에 직원은 “(근처) 맨홀 역류가 (도로 침수) 원인이었다”는 말과 함께 새롭게 정비된 맨홀을 가리켰고, 차수판 작동 방식을 묻는 말에 그는 ‘기계식’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살펴본 강남대로 일대에서는 이와 유사한 차수판이 설치된 빌딩 17곳을 발견했다. 이 중 14개 빌딩은 기계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보였고, 3곳은 사람이 직접 들어서 지하주차장 입구에 가져다 설치하는 이른바 ‘수동식’이었다.

 

행정안전부가 12일 국민재난안전포털 웹사이트에 게재한다고 알린 ‘침수 대비 국민행동요령’에는 호우주의보·경보 시 도시·해안·농촌·산악지역 대피 준비 권고와 예방 요령 등만 기존에 있었던 것과 달리, 이처럼 지하공간 침수를 막기 위한 차수판 설치 등 새로운 내용이 여럿 담겼다.

 

우선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차를 밖으로 이동시키거나 차 확인을 위해 주차장에 진입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며, 공동주택에는 평상시 차수판과 모래주머니·양수기 등을 비치해두고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집중호우로 차가 침수되기 시작하면 타이어가 3분의 2 이상 잠기기 전(엔진룸으로 물이 들어가기 전)에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침수된 상황에서 외부 수압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을 때는 운전석 목받침을 분리, 하단 철재봉으로 유리창을 깨고 대피한다. 유리창을 깨지 못했을 때는 차 안팎의 수위 차이가 30㎝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탈출하는 것이 좋다.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와 급류가 흐르는 교량은 절대 진입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진입한 경우에는 차를 두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만약 급류에 차가 고립되면 급류가 밀려오는 반대쪽 문을 열고 탈출하고, 문이 열리지 않으면 창문을 깨고 탈출한다.

 

지하 계단으로 유입되는 물은 정강이 높이만 돼도 성인이 계단을 올라가기 어려우니, 대피 시에는 운동화를 착용하며 마땅한 신발이 없을 때는 맨발 대피가 좋다. 반지하 주택·지하역사·상가 등에서 외부 수심이 무릎 이상일 때 혼자서는 현관문을 열 수 없으므로, 전기 전원을 차단한 후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문을 열고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공동주택 관리자는 거주자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평상시 차수판과 모래주머니·양수기 등을 비치하며, 호우 시 이를 신속히 설치할 수 있도록 수방자재 설치자를 사전에 지정해야 한다. 지하공간에 빗물 유입 시 거주자·이용자의 즉시 대피를 안내하고, 차 이동을 위한 지하 주차장 등 진입은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의 배수 용량이 부족한 만큼 집중호우 등 비상상황 발생 시에 물막이 설치 등 대비책을 강조해왔다. 방재관리연구센터가 2020년 초고층 건축물 침수 대피 방안을 연구한 자료에서는 지상의 침수 높이가 60㎝인 상황에서 지하공간 수위는 5분40초 만에 75~90㎝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건물에 차수판을 설치하기에는 경제·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민간 건물이 스스로 차수판을 설치할 수 있게 유도하고 비용 등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왔다.

 

행안부는 이번에 공개한 행동요령을 시작으로 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을 보완해 지속적으로 전파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공무원의 재난대응 매뉴얼도 보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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