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22 US오픈 테니스대회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 19세 소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카스페르 루드(24·노르웨이)를 상대로 서브 에이스를 잡아내며 경기를 끝낸 뒤 코트 위에 누워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 장면을 전 세계 테니스팬들이 조금 더 특별한 감흥 속에 지켜봤다. 어쩌면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 돼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자 프로테니스가 급속히 세대교체를 이어가는 가운데 알카라스는 젊은 스타들 중에서도 특별한 기대를 받아왔다. 10대 후반에 이미 세계 랭킹 톱 10에 오르는 등 최정상권 기량을 갖춘 덕분이다. 관건은 알카라즈가 얼마나 빠르게 정상에 오를수 있느냐였다. 만약 기량 성장이 빠르게 이뤄져 20대 초반에만 정점에 올라도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빅3’를 이을 또 다른 전설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알카라스가 20세가 되기 전 끝내 최정점에 오르며 전설의 서막을 썼다. 이날 알카라스는 루드를 상대로 침착한 경기 운영 속에 3-1(6-4 2-6 7-6<7-1> 6-3)로 승리를 거뒀다. 첫 두 개세트를 하나씩 나눠가진 뒤 한치 양보없는 팽팽한 승부로 진행된 3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잡아냈다. 이어 기세를 몰아 4세트까지 따내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9세 4개월 나이 우승으로 2005년 프랑스 오픈에서 만 19세 나이로 정상에 오른 나달 이후 최연소 메이저 남자 단식 우승자로 기록됐다. US오픈만으로 한정하면 1990년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가 19세 1개월에 정상에 오른 이후 최연소 남자 단식 챔피언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2000점을 획득해 2001년 11월에 20세 9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올랐던 레이턴 휴잇(호주)의 기록을 1년 이상 앞당기며 최연소 세계랭킹 1위로도 올라섰다. 이날 준우승을 기록한 루드가 2위에 올랐다.

이제 관심은 메이저 우승 기록과 세계 1위 자리를 모두 거머쥔 알카라스가 어떤 전설을 써나갈까로 집중된다. 이전까지 메이저대회에서는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약해 5세트 경기에 약점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US오픈에서 8강, 4강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한 뒤 끝내 우승까지 차지하며 우려를 털어냈다. 신체적 성장과 기술적 성숙이 더 이뤄질 20대 초중반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 팬들의 눈길이 알카라스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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