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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새 국왕 "가장 두려워해 온 순간… 그래도 할 일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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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0 14:18:45 수정 : 2022-09-10 15: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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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트러스 첫 대면 동영상 공개… BBC "이례적"
상기된 표정에 붉어진 눈시울… "감정 북받쳐 오른다"
"장례와 무관하게 중단없는 국정 운영" 총리에 당부

“폐하(Your Majesty).”

 

“총리, 이렇게 뵙게 되니 한결 평온해집니다.”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왼쪽)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버킹엄궁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와 만나 중단 없는 국정 운영을 당부하는 모습. BBC 동영상 캡처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가 9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와 처음 만나는 동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영상을 서비스한 BBC 측은 “국왕과 총리가 만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서거를 계기로 영국 군주제에 대한 애정이 식을까봐 국민 곁으로 좀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찰스 3세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BBC는 50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을 통해 찰스 3세가 국왕으로서 처음 트러스 총리를 접견하는 모습을 생생히 소개했다. 의전 요원의 안내로 찰스 3세가 기다리고 있는 방에 들어간 트러스 총리는 “폐하”라고 부르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폈다. 이 행동은 여성이 영국의 국왕이나 왕비를 대할 때 갖춰야 하는 일종의 예법으로 알려져 있다.

 

찰스 3세는 상기된 얼굴에 눈시울이 붉어진 표정으로 “신속히 와 줘서 아주 고맙다”며 “총리가 특별한 일로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일’이란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한 1952년 이후 70년 만에 국장(國葬)을 치르게 된 현실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러스 총리가 “폐하께서도요”라고 화답하자 찰스 3세는 “아무튼 총리에게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다”며 “그런데 감정이 너무 북받쳐 오른다”고 했다. 그는 방의 창문을 통해 버킹엄궁 앞에 모여든 추모객들을 바라보며 “오늘 오후 여기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던 모든 사람들이 애도를 전하러 내게 다가왔다. 꽃을 갖다 놓은 것도 봤다”고 말했다. 이때 찰스 3세는 정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트러스 총리는 “폐하, 저 또한 진심으로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위로했다.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서거에 따라 영국 새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가 지난 9일(현지시간) 부인 커밀라 왕비와 함께 버킹엄궁 앞에 추모객들이 갖다 놓은 꽃을 살펴보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서거에 따라 영국 새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버킹엄궁 앞에 모여든 추모객들에게 인사하던 중 꽃 한 송이를 건네받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찰스 3세는 “고맙다”며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순간이 오고 만 것이다. 아마 다른 분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다는 듯 “하지만 또 총리께선 모든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애쓰고 또 관리해야 한다(try and keep everything going)”고 강조했다. 이어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아 본격적으로 중대한 국사를 논의하기 시작하려는 시점에 동영상은 끝이 났다.

 

이날 오후 1시쯤 찰스 3세와 부인 커밀라 왕비를 태운 영국 왕실의 의전 차량이 버킹엄궁에 도착했을 때부터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부부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임종한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 있다가 런던으로 복귀해 처음 왕궁으로 간 것이다. 애초 찰스 3세는 추모객들이 버킹엄궁 담장 밑에 놓은 꽃, 그리고 거기에 매달린 추모 메시지만 보고 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왕 부부는 담장을 따라 걸으며 추모객들과 10분간 악수하고 얘기를 나눴다. 영국 언론들은 “예정에 없었던 즉흥적 행보”라며 “새 국왕이 시민들한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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