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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 사이코패스 검사서 점수 높아”… 형량에 미치는 영향은?

입력 : 2022-09-09 10:55:33 수정 : 2022-09-09 14: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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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은해(31)가 PCL-R(사이코패스 검사)에서 기준(25점)을 웃도는 31점을 받으면서 이씨의 형량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 여부가 범죄의 잔혹성을 판단하는데 참고가 될 뿐 양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 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지난달 26일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30)의 1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은해의 PCL-R 결과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이은해의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31점이었다”며 “영미권 국가에서는 30점이 기준이고, 한국에서는 25점 이상이면 성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은해에게 사이코패스 성향뿐 아니라 자신밖에 모르는 자기도취적인 성격 문제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사회성 등 2개 부분에서는 만점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왔다”며 “대인관계나 생활양식 등도 피해자와 착취 관계를 형성했고 이은해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서 생존한 게 아니었던 점 등에 의해 점수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은해가 PCL-R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실제 형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PCL-R가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쓰이지만, 양형 기준으로는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경찰행정학)는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법원의 양형 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 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일부 참고사항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 연구위원도 “사이코패스 여부는 재범 가능성이나 범행의 잔혹성, 정황 증거로서의 기능에 그친다”며 “심신이 미약한 경우 법원이 참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이코패스는 오히려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뛰어난 만큼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PCL-R 결과가 사이코패스의 기준인 25점보다 높게 나와도 심신상실로 볼 수 없다는 국내 판례도 있다. 대전지법은 2018년 ‘오사카 신혼여행 아내 살인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26점(40점 만점)으로 높은 수준의 반사회성 성향이 드러나긴 했지만, 피고인이 망상장애, 조현 관련 장애, 양극성 장애 등 정신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없다”며 피고인의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은해의 경우 PCL-R이 직접 면담을 통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다. 실제 이수정 교수는 법정에서 “대상자(이은해)를 만나지 않고 수사기록, 과거 전과기록, 생활 기록 등을 토대로 20개 문항의 채점표에 의해 검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이 사이코패스 검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 교수는 “이은해가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했지,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가 형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은해의 경우 검사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이 지난 2021년 4월 9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의 잔혹성이 사이코패스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도 PCL-R 결과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김태현을 수사한 경찰은 김태현에게 사회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봤지만, 심신장애는 없으며 사이코패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장대호 역시 경찰은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다. 

 

오 교수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에 관심이 높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건에서 PCL-R를 하는 것도 아니다”며 “실제로는 범죄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쓰이고, 법적인 효력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1991년 개발한 PCL-R는 2008년 한국판 PCL-R로 출간돼 활용 중이다. PCL-R는 대인관계, 감정·정서, 생활양식, 반사회성 등 4가지 항목을 판단하는 20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총 40점 중 25점 이상인 경우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지금까지 연쇄살인범 유영철(38점)과 강호순(27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 등이 25점 이상을 받았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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