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사무총장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산업계의 최대 이슈가 된 ESG 경영과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지속가능성과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 기업이 이윤, 목적, 생존을 위하여 ‘왜 지속가능성을 수용해야 하는지’ △ESG에서 SDGs로 가는 과정에서 ‘임팩트의 측정 및 관리 방법’ △지속가능한 금융의 중요성 △ 기업이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바뀌기 위해 어떻게 역량 구축을하고 이행하고 있는지 등을 담고 있다.
저자 트리스타 브리지스(Trista Bridges)와 도널드 유뱅크(Donald Eubank)는 소비재, 금융 서비스, 기술 및 의료, IT(정보기술), 미디어 산업 전반과 아울러 다양한 부문 및 지역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략 및 마케팅 전문가로, 지속가능경영 자문기관인 리드 에어(Read Air)의 공동 설립자다.
하지만 원서를 국내 독자와 산업계에 보다 쉽고 맞춤형으로 전달한 이가 있다. 바로 이 책의 번역자 세명이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사무총장,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를 함께 만나, 이 책을 옮긴 이유와, ‘기후대응’, ‘SDGs,’ ‘ESG’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태용 교수(이하 정태용) : 기후대응은 복잡하고 많은 도전이 있는 과정이다. 이번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3실무그룹 보고서의 총괄주저자로 참여하면서, 1.5도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정책입안자, 또는 정책결정자의 판단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완화 분야(WG3) 평가보고서의 핵심은 정책, 금융, 기술 이 세 가지 주요 수단을 어떻게 조화롭게 하느냐이고, 이러한 과정은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행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국가에서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17가지 목표가 2030년까지 달성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어떻게 발을 맞추고 이행해나갈지에 따라 이 목표의 달성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유연철 사무총장(이하 유연철) :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환경개발회의(UNCED: 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각국 정상은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고 5년 뒤, 교토에서 교토의정서 채택, 그리고 2015년 파리에서 역사적인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또 이러한 기후대응을 포괄적으로 포함시킨, 전 세계 공동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2015년 유엔총회에서 수립했다. SDGs는 모든 국가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 사회공동체 회복 및 지구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한 인류사상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다. 최근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ESG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사실 ESG도 SDGs 17가지 목표 안에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김정훈 대표(이하 김정훈) : SDGs의 실질적인 시작은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로 볼수 있고, ESG라는 용어는 2004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주도하에 유엔글로벌콤팩트가 발간한 보고서 ‘먼저 고려하는 자가 이긴다(Who Cares Wins)’에 처음 등장했다. 넓게 보았을 때 이보다 앞서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주장한 지속가능경영의 3대 축인 ‘Triple Bottom Line’ 즉 TBL도 ESG의 시초로 볼 수 있다. TBL을 사용하여, 기업의 성과 평가 시, 사회적 · 환경적 · 경제적 영향(impact)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앞서 언급처럼, 우리가 최근 관심 가지는 이 모든 주제는 결국 SDGs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고, 최근 한국 정부와 산업계의 모범사례들이 국제사회에 주목받고 있다. UN SDGs 협회가 한국에 설립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태용 : ESG 여러 이슈는 저마다 가이드라인과 규범이 세세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EU나 미국에서 주도하는 이러한 원칙들을 ESG의 행동 주체인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 주체는 각국의 국민인데, 아직 시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원칙이 없다. 이는 수용성과 관계가 있다. 기후대응은 효용 최대화보다 비용 최소화로 가야 한다. 우리사회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디지털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시대이며, 소비를 주도하는 미래세대들의 가치 소비가 기업과 유통구조를 바꾸고 있다. 즉 지금의 소비형태를 바꾸는 일, 그리고 미래세대가 이러한 패러다임을 일상에서도 충분히 익숙해지는 일.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를 막게 된다. EU가 6대 핵심정책을 발표하며, 그린딜과 함께 ‘디지털시대에 맞는 유럽’을 내세운 이유다. 전기차를 타면 환경친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 좋은 건 전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형태를 바꾸는 원칙, 그리고 다음세대와 모든국민이 수긍하고 참여할 수 있는 원칙이 결국 기후와 에너지 산업구조에 영향을 주게된다.
유연철 : SDGs와 ESG분야의 핵심 이슈는 ‘기후대응’ , ‘탄소중립’이다. 이제는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 시대다. 기후변화는 현세대와 미래세대 공통의 문제인 만큼 미래세대 관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기후문제는 No single actor can't deliver(아무도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라는 말이 적용되는 분야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탄소중립 목표가 과도하다거나, 우리가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라고 말하며 ‘기후위기가 곧 경제위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할경우 경제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책과 전략이 지속가능할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무역의존도와 탄소집약도가 높아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 전력 중 석탄발전 비중은 40%에 달한다. 그리고 한국의 기후기술은 미국, 유럽연합(EU) 대비 8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오히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아 기후악당이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 우리가 현재 2050 탄소중립이라는 계획을 세울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큰 틀의 아젠다와 흐름도 달라진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서 기후대응, 탄소중립을 향해 나가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훈 : EU가 발표한 정책 중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다수 있다.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이나 공급망 실사로 불리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등인데, 면밀한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유로존 권역 외에서도 대략 4000~6000개 정도가 이 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EU와 무역해야 하는 국내 기업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EU는 그린 딜 투자 계획(EGDIP)을 통해 10년간 최소 1조유로(약 1380조2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특히 EU 전체예산의 약 25%를 그린 딜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CBAM의 도입으로 연간 50억~140억유로 규모의 세수도 추가 확보하고, 이를 다시 그린 딜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탄소무역은 국가 간의 기후 및 경제패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살펴봐야할 점으로 첫째 이러한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율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부합되는지, 둘째 우리도 탄소배출권 제도, 정부 예산, 혹은 민간의 지속가능금융(펀드, 채권) 등으로 대응할 기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급망 관련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시장의 순기능을 통한 자율적인 ESG 생태계 구축안 마련이다.
정태용, 유연철, 김정훈 : 기후대응과 에너지전환, 그리고 지속가능한금융은 결국 모든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이뤄질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주체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간, 국민간, 세대간, 산업계, 그리고 이 일을 위해 함께하는 모든 민간단체가 서로 반목하거나 대립해서는 안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공동목표인 SDGs의 기치가 ‘No One Left Behind’(아무도 뒤에 남기지 않는다) 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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