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하며 6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뒷걸음질쳤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감소하는 등 악재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무역적자 확대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악재가 첩첩산중인 상황에도 그나마 민간 소비 증가에 힘입어 2분기 한국 경제는 0.7% 성장하며 가까스로 버텼다.
◆무역적자 100억달러 육박…66년來 최대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수출액은 566억7000만달러, 수입액은 66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동월 대비 6.6%, 28.2% 증가한 수준이다.
이로써 무역적자는 94억7000만달러로, 무역수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5개월 연속 적자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 수입액은 전년 동월(96억6000만달러) 대비 88억6000만달러(91.8%) 폭증한 185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수출액은 8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 약화와 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7.8% 감소한 10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액의 마이너스 성장은 2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역별 수출 증가율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21.7%, 미국 13.7%, 유럽연합(EU) 7.3% 등이다. 이에 반해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은 -5.4%를 기록했다. 중국의 봉쇄 정책 장기화로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반도체, 무선통신 품목 등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 소비에 힘입어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는 무역수지 악재를 딛고 0.7% 성장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 분기 대비)이 0.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와 4분기에 0.1∼0.2%(전 분기 대비)씩 성장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2.6%)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7.3원 오른 달러당 13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4.4원 오른 1342.0원에 개장해 12시50분 1355.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날 환율은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29일(1,357.5원) 이후, 종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28일(1356.80원) 이후 13년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반도체·중국수출 이상신호… 무역전선 ‘빨간불’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무역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꺾였고, 최대 수출 거래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줄면서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넉 달 연속 줄었다.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와 ‘중국’에서 이상신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은 2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8월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줄었다. 2020년 6월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도체는 지난 6월까지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7월 들어 2.1% 증가에 그쳤고 결국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시장 구매력 감소, 과잉 재고 등에 따른 수요 약세의 영향을 받았다. 그간 축적된 재고 등으로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수출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D램의 고정가격은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2분기 3.37달러로 내렸고 3분기에는 2.8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분기에는 더 떨어져 2.50달러로 예상된다.
산업부도 전날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을 대중 수출 감소,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함께 3대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무역수지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8월 대중 무역수지는 3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5월(-10억9000만달러), 6월(-12억2000만달러), 7월(-6억달러)에 이은 연속 적자 행진이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래 처음이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 철강 등의 수출은 늘었지만 중국 내수·생산 둔화세로 반도체 등 수출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각각 3.4%, 10.9%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 정밀화학원료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입은 증가하면서 적자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등 영향으로 인한 중국과 무역 여건 악화, 중국의 기술경쟁력 강화 및 내수시장 육성정책으로 대중 무역적자 역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유·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른 점도 수입 증가세에 영향을 줬다.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달 18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96억6000만달러)보다 배로 늘었다. 산업부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이탈리아 등도 전년보다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세계 에너지시장 불안정이 지속하면서 올해 겨울 에너지 가격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간 우리나라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던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가 허물어지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며 “국내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칼자루가 되는 반도체는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높은 에너지 가격, 주요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수요 약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발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제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기관 ‘매물 폭탄’
국내 주식시장은 1일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세에 맥을 추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9.05포인트(1.18%) 내린 2443.00에 개장해 천천히 내려앉다가 결국 56.44포인트(2.28%) 내린 2415.61에 장을 마쳤다. 이날 기관이 8337억원, 외국인이 3586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162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72포인트(2.32%) 내린 788.32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도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매각세를 보였다.
이날 주가 하락세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적 발언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내년에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내년 초까지 4%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침체하면 연준이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가 꺾이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도 한몫했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규모가 지난달 48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급증한 점도 시장에 부담이 됐다.
글로벌 채권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올해 2분기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외화증권 투자 잔액 역시 약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분기 중 주요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 외화증권 투자 잔액(시가 기준)은 3736억2000만달러(약 503조원)로 집계됐다. 올해 3월 말(3964억5000만달러)보다 5.8%(228억3000만달러) 감소한 것이다. 감소폭으로 따지면 2011년 3분기(-17.5%·-111억6000만달러) 이후 10년9개월 만에 최대다. 한은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해외펀드 설정액이 2분기 중 59억6000만달러 증가하는 등 순투자가 늘었으나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 등으로 외화증권 투자 잔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기 ‘逆머니무브’ 지속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신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예·적금 쪽은 18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4509억원으로 전월 대비 9857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말보다 12조6020억원 줄었다.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7조3023억원으로 전월 대비 6219억원 감소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133조9080억원으로 전월 대비 5073억원 증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127조6139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2117억원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높은 수익률과 낮은 대출금리로 인해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영끌족’이 많았다. 최근에는 자산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업 대출의 경우 8월 말 기준 687조4271억원(중소기업 590조6780억원·대기업 96조7491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7595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은행권의 수신금리도 오르면서 정기 예·적금을 포함한 수신 잔액은 늘었다.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29조8206억원으로 한 달 새 17조371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 적금도 38조1167억원에서 38조7228억원으로 6061억원 증가했다. 정기 예·적금을 통틀어 한 달 만에 17조9776억원 늘어난 셈이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834조8260억원으로 전월 대비 534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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