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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아드리안 게니… 미술계 별들 최대 아트축제 예열 나선다

입력 : 2022-09-01 21:10:00 수정 : 2022-09-01 19: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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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리즈’ 앞두고 전시 활발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시달 이사장
삼청동 기자 간담회장 ‘깜짝’ 등장
“韓 문화적 자부심과 열기 엄청 나”
세계 특급 갤러리들도 속속 서울로

실험미술계 거장 이건용 단연 돋보여
종로·강남·용산 등 서울 전역서 전시
루마니아 출신 감각적 구상화가 게니
한국서 첫 개인전… 목탄드로잉 선봬

“안, 녕, 하세요.”

‘키아프리즈’(키아프Ⅹ프리즈) 개막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온 미술 여행객들의 설렘으로 서울이 물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송원아트센터 옆 야외 카페, 뉴욕에서 온 화랑 티나킴·앤드루 크랩스·보르톨라미 갤러리가 연합 전시를 열어 관련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려는 순간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말로 인사를 한 금발의 외국인은 빅토리아 시달 프리즈 이사장. 프리즈는 영국 프리즈잡지사가 만들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성장한 미술기관이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 2일 서울에서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의 공동개최 형태로 첫 행사를 연다. 행사 참석차 방한해 먼저 대표적인 서울 미술 거리인 삼청동 화랑가 전시를 보러 다니던 중 티나킴 대표 등을 보고 언론간담회장에 즉흥적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아드리안 게니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제공

◆‘키아프리즈’ 앞둔 서울 풍경

시달은 우리말 인사 후 영어로 “프리즈에서 꽤 오랫동안 디렉터를 맡았던 빅토리아 시달이라고 한다. 올해는 전시에 관여하진 않고 참석차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 20여년간 한국에서 꾸준히 아트페어를 열어온 키아프와의 협력 덕에 행사를 열게 됐다. 키아프가 친절하게도 같은 주간에 행사를 하게 해주어서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열리는 아주 멋진 한 주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동시에 열리는 두 페어 덕에 세계적 미술과 한국 미술 중 최고작들을 같은 기간에 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즈가 왜 아시아 도시 중 서울을 선택했는지, 세간의 궁금증에 대해서도 먼저 얘길 꺼냈다. “여러 해에 걸쳐서 아시아에서도 프리즈 페어를 선보일 수 있기를 굉장히 고대하면서 아시아의 많은 도시를 찾아봤다. 우리는 런던과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리즈를 개최해왔고, 그 도시들과 같은 정신을 갖고 있는 도시를 아시아에서 찾길 소망했다. 문화가 풍부하고 컬렉터가 많고 미술과 뮤지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도시를 찾다가 만난 곳이 바로 서울”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티나킴 갤러리의 이단지 디렉터, 앤드루 그랩스 갤러리 디렉터 리즈 멀홀런드, 보르톨라미 갤러리 디렉터 클레어 벨르자임
 마크 글림처 페이스갤러리 회장

서울을 다시 보는 세계적 미술인들은 또 있다. 세계 4대 화랑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의 사라 천(Sara Chun) 디렉터는 최근 뉴욕에서 서울로 온 뒤 기자와 만나 “한국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뮤지엄 앞에 줄을 서는 나라는 드물다. 뉴욕과 파리, 그다음은? 글쎄 (한국을 제외하곤) 없을 거다. 물론 미술시장의 크기, 컬렉터 수 등 수치로는 당연히 중국이 아시아 원톱이다. 한국 시장은 규모나 숫자로는 그에 안 될 거다. 하지만 여긴 예술에 대한 사랑, 또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며 한국 미술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이 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작품 파는 게 우선이 아니다”라며 “하우저앤드워스가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우리의 ‘DNA’를 보여줄 작품들을 가져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우저앤드워스는 이번 프리즈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마크 브래드퍼드, 조지 콘도, 필립 거스턴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시다발 작품 출현하는 눈에 띄는 작가는? 이건용·게니

키아프 프리즈 본 행사에 앞서 세계 각지에서 온 미술 여행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미술관과 화랑들이 연중 하이라이트 전시를 이 기간 집중 배치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두 곳 이상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있어 눈에 띈다. 그만큼 동시대 가장 주목받으며 활발한 활동 중인 작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작가 중에는 1970년대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 작가 작품이 두 곳 이상에서 동시에 전시된다. 개인전을 열어 이건용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곳은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리안갤러리다. 8월 25일부터 10월 29일까지 ‘재탄생(Reborn)’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 약 20점을 선보인다.

삼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하는 태국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미국 작가 맥아서 비니언

전시장에 들어서면 명성 높은 이건용 특유의 ‘신체드로잉’ 방법론이 새로운 캔버스 화면을 만난 풍경이 장관이다. 일반 민무늬 색면 캔버스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사진들을 캔버스에 프린트해 신체드로잉의 바탕으로 삼았다. 녹아 사라지고 있는 빙하 위의 북극곰, 쓰레기 더미가 뒤덮인 대지 위에 내려앉지 못한 채 하늘을 떠돌고 있는 새들의 풍경 등이다. 빙하가 드러난 해수면과 붉게 물들어가는 저물녘 하늘, 그 자체로 장관인 자연 풍경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내 쓰레기와 기후변화로 위기감이 한껏 고조된 자연이다. 그 위에 붓을 들고 온몸을 움직여 만들어낸 이건용의 신체드로잉(화가가 캔버스를 보지 않고, 캔버스 옆, 또는 뒤 등에서 화가의 신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여 흔적을 남기게 한 그림 제작 방법)은 인간과 자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만남을 은유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회화 작품을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내 신체와 평면이 만난 현상”이라고 강조해온 그는 이번엔 인간과 자연이 만난 현실을 강렬하게 보여주며 그 어떤 환경운동 못지않은 각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가 노장의 원로작가임을 떠올리면 민첩하게 살아있는 동시대 문제의식, 생명력과 결기 넘치게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경이롭게 다가온다. 그가 한국 미술의 아방가르드를 이끈 인물이었음이 실감 난다.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센터에서 9월 24일까지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섬머 러브(Summer Love) 2022’에서도 이건용을 포함한 작가 16명의 단체전이 열린다. 용산구 한남동의 페이스갤러리는 최근 확장한 1층 공간을 좀 더 대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판화 에디션 작품과 미술 도서 등을 접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곳에서도 이건용 판화 작품들을 전시했다. 페이스갤러리는 뉴욕에서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세계 정상급 갤러리다. 해외 화랑들 중 일찌감치 서울에 진출했고, 최근 공간 확장을 거듭해, 한남동 미술거리 입구에 한 건물을 통째로 복합문화공간화했다.

아드리안 게니 작가

해외 작가 중 이번 예술 주간에 두 곳 이상에서 동시에 소개되는 작가는 아드리안 게니다. 공교롭게도 이건용 에디션이 나와 있는 페이스 갤러리 2, 3층에서 전시를 시작했다. 루마니아 출신인 게니는 동시대 화가 중 가장 주목받는 화가다. 9월 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서울 전시가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인물화가 대표적이고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 화풍과 견주기도 하는데,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이미 알려진 화풍의 회화 작품이 아니라 목탄 드로잉이라는 새로운 시도의 작품들로만 전시를 꾸렸다.

게니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기존 화풍의 회화 작품들은 강남구 청담동 분더샵에서 2일부터 볼 수 있다. 크리스티홍콩이 서울에서 여는 첫 비경매 특별전시에 거친 색채와 불안감을 초래하는 이미지 등 게니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표작들이 나온다. 아드리안 게니는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목탄 드로잉 작품을 하면서 자유를 찾았다”며 신작에 애정을 드러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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