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비용 급증 등 문제 우려
韓, 초고령인구 장기간 걸쳐 확대
日 정책 사례 그대로 처방 안 돼
우리나라 인구가 일본 인구의 변화 경로를 따라간다고 하는데, 사실 일본 인구 현상과 그 사회적 파장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국내 전문가는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 인구에 대한 체계적 이해 없이 일본을 따라간다는 주장만이 반복되고 있으며, 일본의 시장 트렌드 등 단편적 현황들이 우리 고령화의 미래인 양 소개되고 있다. 일본 인구의 변동에 대한 국내의 학문적 분석과 해석은 최근에서야 출간된 사회학자 정현숙 방통대 교수의 ‘인구위기국가 일본’ 정도에서나 찾을 수 있다.
일본에는 ‘2025년 문제’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베이비붐은 1948년부터 1950년까지 3년에 걸쳐 일어났는데, 이 베이비부머 모두가 2025년에 75세 이상 고고령 노인기에 들어선다. 고고령 노인기는 각종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이전과는 다른 의료서비스와 일상의 돌봄이 요구된다. 특히 치매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일본에서는 노쇠한 부모 돌봄을 위해 일자리를 떠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간병이직’이 복지 문제를 넘어 고용과 산업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2025년 문제’란 고고령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2025년 즈음부터는 사회보장 비용이 크게 늘고, 서비스 인력과 시설의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더욱 사태를 나쁘게 만들 것은 이 시기 사회복지 부담의 핵심 세대인 40∼50대는 청년기에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취약집단 세대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회 진출기 ‘취업 빙하기’를 거치면서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터족’ 세대이고, 낮은 소득에 맞춰 저축이나 성공의 꿈을 지우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달관세대’였고, 사회관계를 단절한 은둔형 외톨이가 속출한 세대이다. 이 세대는 당연히 40∼50대에 이르러서까지 다른 세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낮은 경제 기여도를 보일 것이다.
일본의 ‘2025년 문제’에는 재정수요 급증과 세수감소라는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 이 시기부터 일본의 사회보장 체계 전반에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지, 재정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을지, 국채 발행으로 버티는 일본 재정이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의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 일본을 따른다는 우리의 인구는 언제쯤 ‘한국의 2025년 문제’를 맞이하게 될까? 아마도 그런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좋은 의미가 절대 아니다. 일본의 베이비붐은 3년 동안의 단기적 현상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이르는 약 25년간 매년 80만명 넘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우리의 고고령 노인 인구 확대는 일본과는 달리 단기적 고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확장된다. 또한 청년과 관련해서도 일본과 같은 고용회복은 장기간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플랫폼 노동, 기업의 신규채용 감소,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등으로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5년 문제’가 다른 강도와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일본과는 다른 인구학적 경로를 보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회보장 체계가 채 갖춰지기도 전에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을 같이 고려하면서 고령화를 대비하여야 하는 차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경험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 개혁의 실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인구가 일본을 따라간다는 짐작에 기대어 일본의 대책들을 그대로 우리 해결책으로 처방하는 경향도 비판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방창생’ ‘로컬리즘’ ‘인구댐 전략’ ‘관계인구’ ‘인구 전담장관’…. 일본어 그대로 들여와 그 뜻조차 바로 이해하기도 힘든 일본 사례의 제안들이 과연 일본 인구와 우리 인구 문제에 대한 전문적 이해를 기초로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일본의 정책 사례를 처방하는 ‘인구(정책)전문가’는 많은데, 일본 인구에 대한 전문적 분석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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