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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객석 줄이고 설비 현대화… 최고 무대 여는 제작극장 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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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30 23:00:00 수정 : 2022-11-02 10: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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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콘텐츠 70% 이상 외부 의존
다양한 극장 계속 생겨나 입지 축소
디지털 플랫폼도 이젠 우리 경쟁자

최고의 인재 끌어모으고 투자 확대
산하단체, 공연 늘려 존재감 키울 것
기대 큰 만큼 부담되지만 성공 확신

“세종에서도 안호상이 뭔가 보여줄까.” 현재진행형인 문화계 화제다.

극장인 안호상. 1984년 대학 졸업 후 당시 막 개관한 예술의전당(예당)에 공채1기로 입사해서 줄곧 공연예술분야 한 길을 걸었다. “아직 무리”라고 모두가 말렸던 작곡가 말러 시리즈를 1999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의전당 밀레니엄 시리즈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 지금까지 이어지는 ‘말러 교향곡’ 열풍을 일으켰다. 1999년부터 7년간 대중 가수로는 유일하게 조용필을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세우는 파격으로 전석 매진 행진을 기록했다. 그렇게 예당에서 공연기획부장, 예술사업국장 등으로 뼈가 굵은 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거쳐 국립중앙극장장을 역임했다. 여기에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까지 지낸 그야말로 공연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예술기획·경영가.

‘직업이 극장장’이란 말에 걸맞은 그가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이하 세종) 사장으로 취임했다. 예당과 국립극장에서 뛰어난 수완을 보여준 이 ‘극장 경영 달인’이 과연 서울 중심 예술무대이자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한 세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예술계 호사가들의 관심사였다. 세종 새 사장은 취임 넉 달째인 2월에 자신의 청사진을 내놨다.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의 제작극장화’를 선언한 것이다. 3000석에 달하는 대극장과 여러 크고 작은 공간을 외부 업체에 빌려주는 대관사업 중심 기존 사업구조를 산하 예술단(국악관현악, 무용, 합창, 뮤지컬, 연극, 오페라) 공연 제작 중심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승부수였다.

“지금 긴장감이 최고조에 와 있는 때 같습니다. 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잡힐 것도 같고 놓칠 것도 같은 상태죠.” 그 후 반년이자 돌아오는 10월에 취임 1년째를 맞게 되는 안호상 사장은 지난 24일 집무실에서 세계일보를 만나 “극장 일을 한 지 38년 됐는데 가장 바쁘게 일한 것 같다. 하루 시간을 분 단위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것도 바꾸기 쉽지 않은 현장에서 아예 큰 그림을 새로 그리려는 이의 고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1984년 예술의전당 공채1기로 입사한 후 38년여 동안 공연예술분야에서 활약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대극장 발전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안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의 제작극장화’를 선언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제작극장 세종’이란 기치를 내건 지 6개월째다. 변화는 순조로운가.

“일이라는 게 용을 쓰며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보다 정확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예술 영역에 있는 사람들 또 내부에서 일하는 조직원들과 그 결과를 수용하는 관객이 삼위일체로 딱 합이 맞는 지점을 찾아야 성과가 나오고 흐름이 생기면서 속도감이 붙는데 지금 그 지점을 잘 찾고 있는지 불안감이 제일 크다 보니 긴장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극장 경영자로서 세 번째 무대인데도 어려운가.

“예당이야 처음부터 시스템과 조직을 구축하고 인력을 갖추는 과정을 시작부터 같이 해왔던 조직이고 국립극장은 국립단체 중심의 방향성이 정해진 상태에서 이를 조정하는 수준이다 보니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도 그렇게 큰 저항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은 대관사업으로 어느 정도 잘 되는 조직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제작극장을 하자. 우리는 단체 중심의 공연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세종은 비제작극장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첫째, 둘째가는 역할을 하던 극장인데 이를 왜 바꿔야 하느냐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로 인해 잃는 만큼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이뤄낼 수 있겠느냐에 대한 답을 계속 저 자신도 확인하면서 진행을 해야 하니 그에 따른 부담이 컸다. 새로운 걸 취하기 위해선 무언가를 버리는 결정을 계속하고 있다 보니 여기 와서 늘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당과 국립극장,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각각이 지닌 개성은 무엇인가.

“예당은 가장 좋은 작품을 골라 들여와 선보이는 곳이다. 이에 비해 국립극장은 흥행에 좌우되지 않고 산하 예술단체에서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면 된다. 그에 비하면 세종문화회관은 복잡하다. 계속 시장에서 고객 반응을 살펴보면서 바로 뒤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훨씬 더 까다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안 사장 비유가 아니더라도 세종은 공공예술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구조가 복잡하고 산적한 문제가 많은 기관으로 손꼽힌다. 대중에겐 대극장이 잘 알려졌지만 이 밖에도 3개의 중·소극장과 미술관에 무려 9개 산하 예술단, 그리고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등 방대한 문화사업체다.

―세종처럼 큰 조직에선 작은 변화도 쉽지 않은데 이처럼 혁신에 가까운 변혁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밖에서 보면 좋은 모양인데 실상 상당한 균열이 생긴 상태였다. 과거 세종문화회관의 경쟁자는 다른 극장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이 이제 극장의 경쟁자다. 또 LG아트센터 마곡 등 다양한 극장이 계속 생겨나면서 대관극장으로서 세종문화회관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게다가 세종문화회관은 전체 인력과 1년 예산의 42%를 예술단이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예술단 공연 관객 수는 전체의 12.3%에 불과했다. 외부 환경 변화와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에서 만들어지는 균열을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극장으로서 전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그동안 세종문화회관 콘텐츠의 70% 이상을 외부 콘텐츠에 의존했다. 인력 대부분이 그쪽에서 역할을 했는데 이제 우리 자체 공연으로 인력 운영의 중심을 옮겼고 공연 라인업 맥락에 통일성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사업은 줄이고 어떤 건 아예 접거나 중단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업에선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일부는 정체하거나 후퇴한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으나 변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관객에게 다른 데서 누리지 못하는 예술적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변화 추구의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인가.

“인재 영입이다. 이미 산하 예술단장으로 뛰어난 분들을 모셨다.(세종문화회관은 지난 2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서울시청소년국악단장에 김성국 중앙대 교수, 서울시뮤지컬단장에 김덕희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장, 서울시오페라단장에 박혜진 단국대 교수, 서울시합창단·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장에 미 위스콘신대 박종원 교수를 임명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으도록 할 것이다. 물론 투자도 늘려야 한다. 산하 예술단체가 존재감을 키우려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연 횟수를 늘리고 내세울 만한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물론 예산을 늘려야 할 테지만 더 잘해보겠다고 하는 만큼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세종문화회관과 뗄 수 없는 공간이 광화문광장이다. 최근 재개장됐는데 어떤 영향이 있는가.

“앞에 광장이 펼쳐지면서 세종문화회관이 제격을 찾았다.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졌다. 청와대가 문화공간이 됐고 이건희 미술관이 경복궁 옆에 지어진다. 이미 광화문 인근은 여러 미술관·박물관이 들어선 상태인데 세종문화회관은 유일한 공연 예술 중심이다. 그만 한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나갈 테고 광장 음악회 등도 열 수 있을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상징성이 큰 공간이다. 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공간의 책임경영자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싶은가.

“서울 강북의 유일한 대형공연장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극장 공간이다. K콘텐츠가 이제 세계인을 대한민국으로, 서울로 불러들이고 있는데 그들 앞에 내보일 우리 콘텐츠가 필요하다. 뮤지컬 등 이미 우리 공연 산업 실력은 세계 제일 수준이다. 이를 잘 펼쳐 보일 무대이자 제작극장으로 바로 서는 데 세종문화회관의 미래가 있다. 무대 너비가 너무 커서 걸맞은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았던 대극장도 전면 개편을 준비 중이다. 남산 국립극장처럼 무대와 객석을 줄이고 무대 설비를 현대화해서 더욱 여러 작품에 최고의 무대를 제공할 수 있는 극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여러 경험을 쌓은 예술경영자로서 전국 각지에 들어선 문예회관에 어떤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형화된 성공 사례를 따라가려 해선 안 된다. 잘 알려지지 않지만 작아도 의미 있는 무대를 지역민에게 선사하는 문예회관이 이미 여럿 존재한다. 그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호상 사장은…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청주고·서강대 정외과·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 박사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 예술사업국장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홍대 공연예술대학원장


대담=박성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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