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동아시아지만 이국적 문화 공존
유목민족의 특성상 유적은 많지 않아
여행객으로서 문화 훑어보기엔 역부족
쇼핑몰도 캐시미어·수공품 제외 열악
그나마 화려한 알코올류 매장에 눈길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서 바라본 하늘
짧아서 더 큰 아쉬움 구름에 실려보내 끝>
한국 정자에서 호텔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더위에 지쳐 택시를 타고 싶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우버를 사용할 수 없는 지역이란 안내문이 뜬다. 택시 정류장도 찾기가 쉽지 않다. 간혹 자가용이 멈춰, 길가 사람들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사람들을 태워간다. 그 모습이 신기하여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개인이 택시처럼 서로 흥정하여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낯선 문화가 신기하다.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으니 그냥 걷기로 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려 버스에 오르느니 차라리 걷자. 매연 가득한 도로를 따라 불 꺼진 건물들을 지나친다. 폐허 같은 체육관, 전시장, 학교 그리고 유적지를 지나쳐 호텔로 향한다.


몽골은 동아시아라고는 하지만 이국적인 문화이다. 유목민족이라 그러한지 유적이 적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문화를 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유목 생활을 한눈에 알 수도 없었고 몽골 사막의 매력도 충분히 느낄 수 없었다. 넓은 땅, 희박한 인구밀도와 불편한 교통편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들의 문화를 훑어보기 위한 여행객에게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안겨주지 못했다.


드디어, 호텔이다. 쇼핑몰로 먼저 들어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몽골 사막을 헤매다 문명사회로 들어선 기분을 느끼게 한다. 현대적인 건물에 외국 브랜드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매력적이지 않다. 몽골의 최대 수출품인 캐시미어 상품과 몇 가지 수공업 제품을 제외하면 열악하다. 그나마 화려한 매장은 역시 알코올류이다. 다양한 주류를 종류별로 갖추고 있어 매장 중 단연 으뜸이다. 쇼핑몰 1층 야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만석이라 하여 그 옆 벨기에 맥주바에 앉는다. 덩치 큰 개가 우리 테이블에 다가와 조용히 쳐다본다. 개를 키우는 것을 아는 것일까? 덕분에 견주와 몇 마디 나누며 인사를 건넨다. 고비사막에서 일하는 미국인으로 5년째 살고 있단다. 육식의 나라라 아마도 반려견에게는 인간보다는 덜 열악한 환경일 듯싶다. “아니, 이곳에 관광을 왔어요? 개인적으로?” 그 질문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겠지. 늦은 저녁 몽골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에게 또 다른 몽골 체험기를 들으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호텔에 돌아오니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도착해 있다. 아! 얼마나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가? 설마 하며 불안했다. 파리에서는 혹여 양성 확인이 나오면 ‘며칠 더 머물러야지!’ 하며 추가비용과 다음 일정으로 불안함이 생겼지만 울란바토르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다행스럽게 음성확인서를 챙겨 입국 전 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에 등록한다. 빠른 입국을 위해 서류 준비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고 평안한 잠자리에 든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즐긴다. 식당에는 군인들의 회의가 있는지 각국의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익숙한 군복부터 낯선 여성 군복이 새롭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VIP 차량이 아닌 일반 택시를 요청한다. 일반 택시가 없다며 전용 택시를 불러주겠단다.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는 선택이 다양하지도 않고 금액도 높은 편에 속한다. 호텔에서 환전한 몽골 돈을 다시 달러로 환전해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것 역시 불가능하단다. 다행스럽게 공항 택시 차량은 카드를 받는다고 하여 남은 몽골 돈으로 현금 지불을 하고 잔액을 카드로 지불하기로 했다. 컨시어지에 부탁하여 기사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파란 하늘이 몽골의 기억을 새롭게 덮는다.


광활한 영토에 공항이 많은 것도 아니고 큰 규모 마을이 아니면 허허벌판에 도로가 놓여 있지 않아 몽골을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얼롄하오터 국경에서 수도 울란바토르를 경유, 북부 러시아 국경 부근 수흐바토르 역을 잇는 몽골 종단철도가 유일한 철도 노선이라 한다. 철도선과 관계된 일을 하는 친구처럼 오랜 기간 몽골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했다면 더 많이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테지. 짧은 기간,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만을 상상하고 날아온 몽골 하늘을 이륙하며 아쉬움을 구름에 실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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