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자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추정
국가서 상담 등 지원은 못 받은 듯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엄마가 장애가 있는 두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4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45분쯤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A(32)씨가 자폐증이 있는 B(2)군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신은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 A씨는 투신 20여분 전 외출해 있던 남편에게 전화 통화로 “아이가 많이 다쳤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은 112에 신고한 뒤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남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다발성 중증 외상 상태인 A씨와 심정지 상태인 B군을 발견하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이송 당시 A씨는 호흡과 맥박이 있었으나,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아파트에서는 범행 후 A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반 어린이집을 다닌 B군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추정되는 지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은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B군은 국가로부터 장애 관련 등록 또는 상담이나 지원 등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생활고나 가정불화 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족과 주변인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으로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일반적인 부모와 달리 커다란 심리적 압박감을 안고 살며 이는 사회에서의 도피, 의욕 상실, 나아가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나아갈 수 있어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구시 장애인부모회 관계자는 “장애 자녀의 부모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자기 삶을 버리고 오직 자녀에게만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애인 당사자를 넘어 장애인 가족들에 대한 지원책도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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