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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역승리” 선포했지만… 국경봉쇄로 ‘중산층 위기’ [심층기획-北 코로나19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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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8 10:00:00 수정 : 2022-08-28 08: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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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 확진 발표 이후 비상 체제 가동
7월 말부터 신규 발열자 ‘0명’ 기록
확산세 꺾였지만 신빙성 두고 이견 커

北·中교역 끊기자 ‘보따리상’ 계층 몰락
팬데믹發 경제난 영향 ‘체제 불만’ 누적
당국, 코로나 원인 南 지목 ‘관심돌리기’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코로나19 유입의 책임을 남쪽으로 돌리고 있다. 북한은 오랜 대북 제재에 이어 지난 2년여간의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여파로 경제난이 극심해지는 등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랜 경제·식량난에 따른 주민들 고통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을 상정하고,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가 진행되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최대비상방역전의 승리를 선포하는 역사적인 총화회의에서 중요연설을 하시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코로나19 ‘승리 선언’… 신빙성은

26일 통일부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달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하였음을 선포한다”고 밝히며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앞서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한 뒤 올해 1분기까지 줄곧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중순 처음 코로나19 관련 유열자(발열환자)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동시에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했다.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신규 발열자는 코로나19 유입을 처음 인정한 지난 5월12일엔 1만8000명이었다. 사흘 뒤인 15일에는 역대 최다인 39만2920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북한의 코로나19 의심 신규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6월24일 9610명으로 1만명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신규 발열자는 ‘0명’을 기록했다. 신규 발열자가 20일 이상 한 명도 발생하지 않자 북한은 ‘방역 승리’를 선언하고 비상방역 수준도 최대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는 등 한 단계 낮춘 정상방역체계로 완화했다.

김 위원장도 코로나19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에서 ‘원수님’(김 위원장)을 지칭하며 “방역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증상으로 의심되는 고열을 앓았고, 이후 회복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북한은 ‘방역 승리’ 선언 이후에도 코로나19 재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바이러스 유입의 원인으로 남측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을 지목한 바 있다. 북한의 코로나19 유입원이 남측에서 날아온 ‘색다른 물건’이라고 강조하며 북측 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기조를 이어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자로 나서 코로나19가 남측 대북전단으로 유입됐다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에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의심 사망자 수를 74명으로 발표한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며 “실제 사망자 수는 최소 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북한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002%가 되지 않는데 한국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연구자들이 분석한 백신 미접종자의 치명률(0.6%∼1%)과는 격차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북한 중산층 붕괴 가능성

2년 넘게 이어진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체계는 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의 큰 시련이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 대북 제재 해제 및 한·미 등의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 경제를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핵 협상이 ‘행동 대 행동’ 측면에서의 이견으로 결렬되면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계획은 사상누각(沙上樓閣·모래 위에 지은 누대와 전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20년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거의 유일한 교역국이었던 중국과의 왕래도 끊긴 상황이다.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다시 겪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고립은 북한의 대표적 중산층인 ‘보따리상’의 몰락을 야기했다. 북한 보따리상은 중국에서 생필품이나 담배 같은 기호품을 들여와 자국 ‘장마당’에 되파는 일종의 무역상이다. 이들의 소득이 커지면서, 최근 10년간 북한 사회의 중산층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국경 봉쇄로 중국과의 교역이 막히면서 이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평양의 '비상방역전'에 긴급투입됐다가 90여 일 만에 귀대한 인민군 군의부문 장병들을 "우리 당에 무한히 충직한 혁명전사, 인민의 아들, 친형제"라 칭하며 이들의 활동을 대대적으로 재조명했다. 노동신문·뉴스1

한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국경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선 소규모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국경이 봉쇄된 코로나19 이후에도 보따리상에 대한 당국의 수탈은 여전해서 갈수록 이들의 삶은 힘들어지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중 국경 지역 주민들은 북한 체제에 상대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느 국가라도 중산층의 붕괴는 집권층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역 승리’ 선언이 북한 내 중산층의 누적된 불만에 따른 체제 몰락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접경 지역 교역을 다시 허가함으로써 단기간이나마 내부 생필품 수급 등 일정 수준의 경제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의 책임을 남측의 대북 전단으로 지목한 것은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적으로 돌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유례없는 대승을 이룩한 인민과 인민군 장병들의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한껏 어려 있다”고 주민들을 추켜세운 것은 코로나19로 쌓인 내부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 ‘이제 다 함께 힘을 모아 당면 위기를 극복하자’는 식의 결사항전 목적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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