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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럽→뉴질랜드…‘러시안룰렛’처럼 떨어지는 물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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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9 15:09:31 수정 : 2022-08-19 15: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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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보고서, 기후변화 前 비해 ‘1일 폭우 강도’ 6.7% 강해져

한국에 이어 폭염으로 몸살을 겪은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남반구의 뉴질랜드에서 잇따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장전된 총알이 어느 구멍에 있는지 모르는 채 방아쇠를 당기는 ‘러시안 룰렛’처럼 비구름은 지구촌 곳곳에 예상치 못한 물폭탄을 떨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프랑스 파리에 큰 비가 내려 지하철 역사가 잠겼다. 폭풍까지 가세해 에펠 타워 꼭대기에는 시속 100㎞의 바람이 측정되기도 했다. 여름 내내 극심한 폭우와 가뭄에 시달린 터라 딱딱하게 굳은 땅이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금세 빗물이 차올랐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와 리옹 등에도 잇따라 경보가 내려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빅토르 위고 역에서 시민들이 빗물이 흘러드는 역사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에서 한 남성이 종아리까지 비가 차오른 도로에서 물을 쓸어내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극한 더위를 경험한 영국 런던에도 17일 시내에 많은 비가 쏟아져 일부 도로에서 차들이 물살을 헤치며 달렸다. 영국 기상당국은 당분간 크고 작은 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해변 수십 곳에는 폭우가 내리면서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해안 주변 바다로 방류돼 오염 경고가 발령되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넬슨의 한 마을이 사흘간 내린 비로 완전히 물 속에 잠겼다. 넬슨=로이터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도 100년 만의 폭우로 수백 가구가 침수됐다. 18일 AFP통신은 뉴질랜드에 열대성 폭풍으로 남섬 일부 지역에 300㎜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강둑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넬슨 지역의 마이타이강이 범람하면서 일부 도로는 강으로 변했고, 어떤 지역은 도로가 2m 깊이까지 유실돼 하수관이 드러나기도 했다. 19일 현재 넬슨-타스만 지구의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무려 750㎜나 된다. 레이첼 리즈 넬슨시장은 “도로와 도시의 인프라를 재건하는데 수 개월이 아니라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에서도 지난 8일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충남 등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센 비가 쏟아졌다. 충남 부여에는 시간당 110㎜가 넘는 폭우가, 서울에도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렸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극값을 벗어나는 현상이 너무 자주 나타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후위기라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보다 다음 세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맞이해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나타나기 이전 현재(왼쪽부터)와 1.5도 상승, 2도 상승, 4도 상승시 폭우의 강도. IPCC AR6 WG1 보고서

기후변화가 극한 기상의 강도와 빈도를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 발간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나타나기 전(1850∼1900년)에 비해 ‘1일 폭우 강도’가 6.7% 강해졌다. 금세기 말 1.5도가 오를 경우엔 10.5%, 2도 상승 땐 14.0%, 4도 상승 땐 30.2%로 각각 비의 강도가 세질 전망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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