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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첫 주택 공급대책… ‘부동산’ 잡을까

입력 : 2022-08-17 06:00:00 수정 : 2022-08-17 10: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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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0만호 등 수도권 158만호
‘4기 신도시’ 신규택지 발굴 추진

조합 없이 신탁·리츠 추진 가능
주택공급 촉진지역 도입도 검토
재건축 부담금·안전진단 규제↓
88만가구는 신규 택지에 공급
민간 참여 관건… 입법도 과제

수도권 신도시 교통 여건 개선
바닥 두껍게 시공 땐 혜택 제공
청년원가주택 5년간 50만가구
반지하 등 취약주택 대책 마련

정부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전국에 27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도심복합사업을 도입하는 한편, 이른바 4기 신도시로 불리는 신규택지 발굴도 진행한다.

 

16일 서울 여의도 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주택 공급 대책이다.

전체 공급 물량은 270만가구로, 서울 50만가구를 비롯해 수도권에 총 158만가구가 공급된다. 지방은 광역·특별자치시에 52만가구를 포함해 모두 112만가구가 배정됐다. 사업유형별로는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도심복합사업 등으로 52만가구, 공공택지 88만가구, 각종 도시개발과 지구단위계획구역 사업 등 민간 자체 추진 사업으로 130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문재인정부가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을 추진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책에서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정비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재건축 부담금 감면 방안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에 대한 개선안도 추가로 발표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변화된 시장 환경을 고려해 안정세가 확고한 지역에 대한 규제 지역 추가 해제 등을 포함한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책 노력과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제는 공급 정책을 과거의 물량 위주에서 주택의 품질과 정주 환경, 안전, 주거 복지까지 합쳐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 사업 주도권… 용적률은 최대 500% ‘인센티브’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첫 번째 주택 공급계획인 8·16 대책의 핵심은 공급 주체를 공공이 아닌 민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전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정부 주도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주민 등 민간의 반대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했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민간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줄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에 주도권 주고 ‘주택공급 촉진 지역’ 검토

 

정부가 16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에는 역세권 등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도심복합사업’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업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도 민간 신탁사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추진할 수 있고,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는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주택공급 촉진 지역’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존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의 반대 개념으로, 주택공급 촉진 지역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주택 관련 도시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을 낮춘다거나 용적률 일괄 상향, 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부추기거나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연구 용역과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내년 1분기에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주재하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건축 부담금·안전진단 규제 완화

 

국토교통부는 향후 5년간 서울 10만가구를 포함해 22만가구의 정비사업 지구 지정을 추진한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지정된 물량(12만8000가구)과 비교하면, 7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가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처럼 주민들이 정비사업 구역을 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면, 지자체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그간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낮추는 방안은 다음 달 중,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은 연내에 발표하기로 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현재 3000만원인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누진되는 부과율 구간을 확대해 조합원 부담을 감면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공공임대주택과 역세권 첫집 등 공공분양 기부채납으로 발생한 조합의 수입은 부담금 산정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안전진단 규제의 경우 현재 50%인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주거 환경이나 설비 노후도의 배점을 높이는 식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쉽게 손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기 신도시 등 신규택지 88만가구

 

정부의 공급계획 물량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8만가구는 신규택지 조성을 통해 공급된다. 향후 발표될 신규택지의 입지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전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급 위상을 갖춘 사실상의 4기 신도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는 일단 내년까지 15만가구 안팎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굴해 발표하기로 했다. 내년 이후에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상지를 추가로 공개한다는 구상이다.

 

신규택지도 고밀·압축 개발로 공급량을 끌어올린다. 철도역 반경 300(초역세권)는 복합쇼핑몰·오피스·복합환승센터 등 고밀개발을 허용하고 반경 500m(역세권)는 청년주택 등을, 반경 500∼1000(배후 지역)는 대단지 아파트 등 주거 중심 지역으로 각각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택지 조성 속도를 높이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그린벨트 외 지역의 토지주에게도 특별공급권을 부여하는 등 토지보상제도 손질한다.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소규모 단지의 주택 정비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복수의 재건축 단지 규모가 1만㎡, 200가구 미만이면 통합개발을 허용한다.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민간 호응, 국회 입법은 숙제

 

전문가들은 민간 위주의 공급 전환은 바람직하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대책의 성패는 민간이 얼마나 정부 뜻을 따라줄 것인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줘도 민간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없어서다.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줘도 조합이 예전만큼 이익을 남기기 힘들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식어가는 상황도 걸림돌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의 핵심축인 2030세대가 선호하는 지역인 도심에 근접할수록 부지 확보가 어렵다”며 “이번 공급 대책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을 손질하는 문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 입법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국회 절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감면이 일종의 ‘부자감세’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강해 제도 개선에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등이 참석해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GTX 조기 개통·층간소음 해소… 주거품질 높인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공급 대책에는 주택 공급의 양적 확대 외에 교통망 조기 확충과 주택 품질 확보 등 주거 환경의 질적 측면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교통난이 심각한 2기 신도시의 교통 여건을 우선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광역교통 기능을 담당하는 주요 교통축 가운데 교통 혼잡 해소 필요성이 큰 곳을 내년부터 ‘광역교통축’으로 지정하고 광역 철도·도로 보강, 간선급행버스(BRT) 도입, 환승센터 설치 등의 추가 교통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에 대해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의 조기 개통과 착공을 추진한다. GTX A노선의 개통은 이번 정부 임기 내인 2024년 6월 이전으로 앞당기고, C노선은 2023년 착공·2028년 개통, B노선은 2024년 착공·2030년 개통을 목표로 제시했다.

 

주거 품질 확보 차원에서 이달 중 층간소음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층간소음 차단 구조 의무 등급(현재 최소 4등급) 상향을 검토하고, 바닥 두께를 최소 기준(21㎝)보다 두껍게 했을 때 이를 분양가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용적률상 불이익이 없도록 높이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다.

 

1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공사 현장 예상도 모습. 연합뉴스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차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통합해 5년간 50만가구를 공급한다. 공공택지 개발과 도심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물량 등을 확보해 저렴한 가격에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공급 대상은 청년(19∼39세)과 신혼부부(결혼 7년 이내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으로 설정됐다.

 

국토부는 최근 중부권 집중호우를 계기로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반지하 인허가 원천 금지와 공공임대주택 이주 등의 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강제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민·취약계층이 도심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반지하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면서 “반지하를 나간다고 해도 도심 바깥으로 이주하거나 도심 내 주거 환경이 더 안 좋은 곳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다음 달 재해 취약주택에 대한 연구 용역 및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연내 재해 취약주택 거주자 주거 지원 종합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세준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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