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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재명 민주당’ 반사효과 기대
중도 끌어안는 혁신 없이 성공 못해

오늘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기념 잔치는커녕 내부 불협화음으로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에서 드러나듯 100일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 파장과 미·중 신냉전 난기류가 윤석열정부 잘못은 아니지만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국민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더 짜증을 돋우는 건 권력 내부의 싸움박질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소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간 사생결단식 대결은 막장 드라마를 능가한다.

앞길도 먹구름이다. 더 ‘센 놈들’이 오고 있다. 지역별 순회 경선에서 큰 격차로 이기며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제다. 정청래, 박찬대, 장경태 의원 등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선권에 오르면서 역대 최강성 야당 지도부 탄생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하고, 보궐선거에 이겼으나 지방선거 참패로 패장이 된 이 의원이 윤 대통령과 3차 결투에 등판하는 셈이다.

황정미 편집인

여권 내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출현을 은근히 반색하는 기류다. 당권에 도전하는 김기현 의원은 최근 SNS에 “이 의원의 궤변과 막말에 야당 복이 있음을 실감하는 한 주”라고 적었다. 여기에는 이재명이 ‘제2의 이회창’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깔려 있다. 강력한 당권을 발휘하며 야당 당수로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결국 대선에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처럼 이 의원이 ‘제왕적 대표’로 끝날 것이라는 바람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그의 당권 도전에 “이회창의 길을 따라가느냐”는 비판이 나온 걸 보면 ‘제2의 이회창’ 꼬리표가 꽤 오래갈 모양이다.

여권 인사들이 야당 복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무 감각 제로의 대통령실과 여당의 자중지란으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이다. 편가르기 정치와 ‘개딸’(개혁의딸들) 같은 광적 팬덤층이 거부감을 키운 탓이다.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검경 수사 리스크도 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방탄용이라는 비난에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개정하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자신들이 자랑했던 혁신안을 특정인을 위해 용도 폐기해 명분도 없지만 당이 이재명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실익도 없다.

돌이켜보면 역대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 복을 누린 듯 보여도 제 실력 없이 편승한 경우는 드물다. 문재인정부가 탄핵 사태로 지리멸렬한 야당 덕을 봤다지만 임기 초부터 집요하게 호남을 비롯한 지지층 사수 전략을 폈기에 40%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두 차례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였다가 역전패한 이회창은 상대 후보의 선거연합 등 여러 패인 분석에 “선거 결과에 꿰맞춘 사후약방문식 분석”이라고 했다. 그는 “핵심적 패인은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층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회창 회고록)이라고 썼다.

윤핵관과 이준석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다양한 그룹의 조언과 압박에도 이재명이 당권 도전에 나선 건 내후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권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당헌·당규에는 공직선거후보 추천기구에서 투명하게 결정한다고 써놨다. 정치인은 물론 유권자도 안 믿는다. 총선 때마다 당권을 쥔 주류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했다. 지금 벌어지는 난장은 진짜 공천 전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투 격이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이 전 대표가 혁신위를 출범시킬 때만 해도 여당 변화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았다. 경위가 어찌 됐든 이준석의 성비위 은폐 의혹,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공개 파동 과정에서 드러난 거친 감정싸움은 혁신 동력을 날려버렸다. 아무리 이재명 사당화 논란으로 민주당 분란이 커진들 지지층까지 부끄럽게 만드는 여당에 눈길을 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공공재’인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주고 중도층을 끌어안을 혁신 없이 야당 복을 바라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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