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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경전 모독 논란 ‘악마의 시’ 작가 美서 강연 중 피습

입력 : 2022-08-14 19:37:01 수정 : 2022-08-14 2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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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1988년 소설 발표뒤 줄곧 신변위협 받아
레바논 이민자 가정 출신 이슬람 청년
무대 난입 10∼15번 걸쳐 흉기 휘둘러
한쪽눈 실명위기·팔신경 절단 등 중상

이슬람권 금서로…당시 이란, 英과 단교
최고지도자, 포고령 통해 작가 사형선고
일어·이탈리아어 번역가 피살·피습도

소설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에서 이슬람 경전 코란을 악마의 계시에 비유해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대낮에 강연 중 이슬람 청년의 흉기 피습을 당해 한쪽 눈이 실명 위기다.

미국 뉴욕주의 강연장에서 12일 오전(현지시간)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작가 살만 루슈디를 흉기로 공격한 이슬람 청년 하디 마타르가 시민·관계자에게 두 팔과 상반신을 잡혀 끌려나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다른 쪽에서는 쓰러진 루슈디가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루슈디는 12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주 셔터쿼인스티튜션에서 강연을 시작하기 직전 무대로 난입한 하디 마타르(24)가 10∼15차례 걸쳐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 등을 수차례 찔렸다.

루슈디는 피습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며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루슈디 측 대변인은 루슈디가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처했고,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이 흉기에 찔려 손상된 상태라고 밝혔다.

범인은 강연 진행자가 관객 2500여명에게 루슈디를 소개하자 무대에 뛰어들어 소파에 앉아 있는 루슈디를 습격했다.

하디마타르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2급 살인미수와 2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 출신인 범인은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최근 뉴저지주로 이사해 버겐카운티 페어뷰에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분석해 범인이 시아파 극단주의와 이란 혁명수비대에 심정적으로 동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고 NBC뉴욕이 전했다. 셔터쿼카운티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루슈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된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은 단독범행인지 배후에 다른 인물이나 조직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인도 태생의 영국 작가인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한 뒤 줄곧 신변 위협을 받아왔다. 이 소설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열두 아내를 창녀에 비유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은 책을 금서로 지정해 불태우고, 번역과 판매를 금지했다. 이란은 소설이 발표된 이듬해 영국과 단교했다.

특히 1989년 2월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인 파트와를 통해 루슈디와 출판에 관여한 자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1991년 7월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됐고, 같은 달 이탈리아어 번역가도 피습을 당했다.

살만 루슈디

루슈디는 살해 위협이 거세자 책 출간 후 약 10년간 영국정부 보호 아래 런던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00년부터 뉴욕에서 생활하며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파키스탄의 성직자들이 루슈디를 살해하는 사람에게 7억 루피(약 11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개탄했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 유력 보수지 카이한은 “변절자이자 악마 루슈디를 뉴욕에서 공격한 용감하고 순종적인 이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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