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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땅꺼짐 사고’ 절반 장마철 집중

입력 : 2022-08-10 01:00:00 수정 : 2022-08-11 21:18:10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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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8건… 그제 폭우 땐 4곳
빗물 스며들어 토사 쓸려나가
지하수 흐름 바뀌며 발생 잦아
市 “노후하수관 정비 등 예방”

서울에 시간당 110㎜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8일. 강남구 개포동의 한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폭염에 이은 장마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운전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하루 서울에서 발생한 땅꺼짐만 서초·강남·영등포·동작에서 총 4건에 달했다.

9일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전날까지 서울에서는 총 77건의 지반침하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절반(49%)이 6~8월 장마철에 발생한 사고다. 상·하수관 손상, 다짐(되메우기) 불량, 굴착공사 부실 등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다양하지만 근본 원인은 물이 포장면 하부에 스며들어 곤죽(질퍽질퍽한 땅)이 되는 것이다.

실제 땅꺼짐은 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최근 5년간 서울의 땅꺼짐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강우량이 적은 10~2월의 경우 사고 수가 1~4건으로 최저치였다. 그러다 한 달 강우량이 100㎜를 넘어가는 3월에는 12건으로 사고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본격적인 장마에 돌입하는 6월은 11건, 7월 9건, 8월 18건으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인명사고가 발생하거나 면적 1㎡ 또는 1m 이상 깊이의 지반침하 수만 집계하고 있어 소규모 사고까지 합하면 여름철에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도로의 노후화가 빨라지는 측면이 있고, 폭우로 인해 어딘가 생긴 동공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토사가 쓸려나가면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집중호우 하루 만에 4곳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시는 도로마다 5년에 한 번씩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를 통해 동공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물이 스며들 수 있는 구간을 찾아내 토사가 휩쓸릴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GPR를 통해 땅꺼짐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며 “노후하수관 정비나 도로치수 정비를 통해서도 땅꺼짐을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디를 타고 물이 땅 속으로 들어갈지 모르는 집중호우 상황에서 땅꺼짐을 예방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땅꺼짐은 포장도로에 직접 물이 들어가는 것보다 멀리 떨어진 어딘가로 물이 들어가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폭우상황에서는 예방과 예측이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지하철 공사나 건축물의 지하공사로 지하수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며 “지하공사를 하면서 흙막이를 철저하게 설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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