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대 예술대학에서 진행한 야외조각전의 한 작품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작품을 본 학생들은 예술은 그저 예술로 봐야 한다면서도 관심 없는 사람에겐 그저 불쾌한 그림일 뿐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우리 학교 계단에 이게 뭐냐’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복지관에서 경영관 올라가는 계단에 이렇게 돼 있던데, 이거 허가받고 붙인 거냐”라며 “그림 그린 것도 아니고 스티커 붙인 거던데 더럽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에는 알몸 상태의 남성이 양손과 양발이 밧줄에 결박된 채 무릎을 꿇은 뒷모습이 묘사된 작품이 담겼다. 작품 주변에는 ‘나에게는 평온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라는 성경 문구가 세로로 적혀 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20일부터 시작된 ‘2022 예술대학 입체미술전공 야외조각전’에 전시된 작품 중 하나로 제목은 ‘자승자박’이다. 이 작품은 가로 344cm, 세로 250cm의 스티커 형태로 계단에 부착됐다.
작품을 기획한 학생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년 자살률은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큰 중년 남성들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원하게 지내던 가족들로부터 도움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그렇게 스스로 가부장제에 묶이는 남자들을 ‘맨박스’에 갇혔다고 이야기한다”며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갇혀서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본 한 학생은 “에곤 실레, 데이비드 호크니 등 많은 작가가 나체 작품을 남겼다”며 “우리는 그 작품을 예술로 볼 것인가, 성적 대상화 할 것인가 질문이 생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가 열렸을 때 감상자들은 지금 국민대 학생들과 달랐다”며 “아무도 작품을 떼라고 반발하지 않았다. 많은 분이 오로지 성적 대상화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A씨는 “잘 삭힌 흑산도 홍어회는 먹을 줄 아는 사람에겐 최고의 음식일지 몰라도 못 먹는 사람에겐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교내에서 홍어 시식행사를 한다면 먹을 줄 아는 소수는 좋아할지 몰라도 모르는 사람은 냄새에 놀랄 것”이라고 비유하며 반박했다.
이어 “저 작품도 마찬가지다. 예술대학 사람 아닌 관심 없는 사람 눈에는 외설적이고 불쾌한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논란이 된 작품은 전시 기간이 끝나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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