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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환자 돕다 숨진 간호사 유족 오열…“어르신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입력 : 2022-08-06 06:00:00 수정 : 2022-08-06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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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막노동 같은 고된 일도 사명감으로 버틴 고참 간호사"
연합뉴스

 

"내일이 장인어른 팔순이라서 (아내와 함께)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연합뉴스에 따르면 5일 오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 유족 대기실에 있던 중년 남성은 눈물을 글썽이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간호사 아내 A(50) 씨는 이날 오전 이천 관고동 학산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년 넘게 근무하던 병원에서 목숨을 잃었다.

 

평소 '안전 제일'을 신조로 삼으며 가족에게 위험한 장난도 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 해왔던 아내이자 어머니가 곁을 떠났다는 소식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A씨가 아버지의 팔순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의 남편은 "아내는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투석 병원 일도 오랜 기간 성실히 해내던 사람"이라며 "병원에서도 '고참 간호사'로 통해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평소 환자를 살뜰히 챙기던 성격상 불이 났을 때도 어르신들을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딸과 군복 입은 아들을 다독이며 연신 울먹였다.

 

소방당국은 불이 났을 당시 A씨가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환자들을 먼저 대피시키기 위한 조치를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뒤 대피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팔에 연결된 투석기 관은 작동 도중 빠지지 않는 데다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많아 대피 시간이 더 소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대피할 시간은 충분했던 상황으로 보여 숨진 간호사는 끝까지 환자들 옆에 남아있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군복무 중 전날 휴가를 받고 친구 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이날 본가로 오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A씨의 아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오늘 엄마 퇴근하면 같이 안경 맞추러 가기로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참사로 사망한 희생자들의 유족이 도착할 때마다 대기실에는 통곡 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도착한 A씨의 부모는 "아이고 불쌍해 내 딸내미"라며 통곡했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해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화재로 60대 남동생을 잃었다는 한 남성은 "동생이 당뇨 때문에 몇 년간 그 병원 다니면서 투석을 받았다"며 "한동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근근이 연락만 해왔는데 이렇게 갈 줄이야"라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누이도 "왜 다 대피했는데 너만, 너만…"이라며 오열했다.

 

이번 불은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으나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투석 전문 병원(열린의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서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17분께 발생한 불은 1시간 10여분 만인 오전 11시 29분께 꺼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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