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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제국에 맞서는 시민들 ‘항소 이유서’”

입력 : 2022-08-06 01:00:00 수정 : 2022-08-05 17: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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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주요 개념·법률 쟁점 정리
시민들이 권리 지킬수 있는 방안 모색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빅데이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인공지능 조명

“승자독식, 데이터 소유권과 직결 불구
빅데이터 주권 어떤 법에도 명시 않아”

디지털 권리장전/최재윤/어바웃어북/1만8000원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온라인 배달 플랫폼으로 음식을 주문한 이용자로부터 환불 요구에 시달린 김밥집 50대 점주 영희(가명)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희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 등에 알려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과 횡포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영희씨는 한 고객에게서 배달된 새우튀김 3개 가운데 하나가 이상하다는 불만이 접수되자 당일 플랫폼을 통해 새우튀김 1개 값 2000원을 환불해줬다. 그런데 고객은 하루 뒤 플랫폼 앱을 통해서 영희씨와 김밥집에 대해 ‘개념 없는 사장’이라는 댓글과 함께 별점 1점의 혹평을 남겼다.

 

고객과 말싸움을 벌이게 된 영희씨는 플랫폼 기업으로부터도 고객의 요구사항과 함께 사과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영희씨는 플랫폼 기업의 전화에 응대하다가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정신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던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사건’은 우리나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돼 왔다.

최재윤/어바웃어북/1만8000원

경제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이 붙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형 온라인 플랫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앱과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온라인 플랫폼은 처음 혁신을 기치로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독점적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플랫폼이 갖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은 독점으로 이어지고, 독점은 필연적으로 불공정 거래를 낳기 때문이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발표한 논문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에게는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이를 토대로 구축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소비자로부터 데이터를, 판매업체로부터는 과도한 수수료 등을 착취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폐해를 겪고 있고, 각국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하원은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룡기업인 구글과 애플, 메타, 아마존 등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뒤, 2021년 6월 플랫폼의 자사제품 우대 및 차별적 취급 금지, 자사제품 판매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발의해 법사위원회를 통과시켰다.

 

국내에서도 공정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계약서 작성 및 교부를 의무화하고 공정거래법상 지위 남용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물론 IT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현재 법 통과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변호사협회 홍보이사이자 오랫동안 스타트업 법률자문을 해온 법무법인 태일 최재윤 변호사가 디지털 시대의 주요 개념과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고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책을 펴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플랫폼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플랫폼 노동자 역시 급증세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규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행 노동법 및 노동관계법은 대체로 18, 19세기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장법’에서 비롯됐는데, 정해진 시공간적 구속을 받는 ‘전속적 노동’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하는 시간도 일정치 않고, 노동 장소도, 심지어 사업장마저 일정치 않고 개인 사업자로 규정돼 있어서 기존 ‘노동자성’을 곧바로 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년 5월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판단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2022년 7월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중노위 재심판정을 뒤집은 이유다.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법률자문을 해온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이자 변호사협회 홍보이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새롭게 부상한 핵심 개념과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고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전환,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블록체인 위에서 펼쳐지는 법률 오디세이 △인공지능, 적과의 동침 △대한민국은 데이터공화국인가 데이터식민지인가 등 4개 장으로 나눠서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살핀다.

 

저자는 데이터 분산형 저장 기술로 정의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경우 ‘축산물 이력제’를 비롯해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활용 범위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마치 ‘블록체인=가상자산’으로만 인식하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테라와 루나 사태로 불거진 암호화폐의 실체,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공간에서 현행법 효력 범위 등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법리 논쟁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혹은 로봇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전자인간’ 이슈도 피해갈 수 없다며 인공지능 지식재산권 문제, 로봇세와 디지털세 논쟁, 자율주행차가 파생시킨 교통사고 법적 책임 문제 등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논쟁 지점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그러면서 플랫폼 경제의 승자독식 구조는 데이터 경제시대 자산이자 경쟁력인 데이터 소유권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지만,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향유하는 빅데이터에 대한 주권이나 소유권에 대해 어떤 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팔라지면서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첨예한 분쟁 또한 급증하고 있다. 법이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디지털 주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이때, 책은 디지털 제국에 맞서는 시민들의 ‘항소 이유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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