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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미래] 불평등 구조 키우는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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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4 23:26:36 수정 : 2022-08-04 23: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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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노령화 문제 다층적
소비시장 위축… 지방대도 위기
부 대물림으로 사회 양극화 심화
공동체 지켜갈 입법 서둘러야

인구(人口)라는 단어에는 처음부터 숫자의 뜻이 있다. 그래서 인구가 ‘작다/크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인구 문제를 가치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인구 변동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동일한 방향과 수준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학생 감소로 지방대는 정원 미달의 위기를 마주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위상은 오히려 더 강화된다.

앞으로 인구 변동으로 인해 나타날 불평등 확대의 경로는 훨씬 더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우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국내 소비시장의 위축은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높인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의 낙수효과는 줄어들고 산업 간, 기업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노동시장 내 불평등의 확대를 의미한다. 또한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은 생산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촉진하는데, 결과적으로 총소득에서 근로소득의 비중이 낮아지고 자본소득 비중은 높아진다. 이는 다시 계층 간 격차가 더 커지는 요인이 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가족의 인구학적 변화도 격차 확대를 촉진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자녀 수가 훨씬 적어져 소수 자녀들에게 집중되어 자산이전이 이뤄진다. 극단적으로는 외동인 아들과 딸이 결혼하여, 양가 부모 두 가구의 자산이 모두 한 부부에게 몰리게 된다. 이같이 인구변동으로 가족 내 자산이전이 커지면서 사회적 불평등과 격차는 더 확대된다. 최근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혼인의 계층화와 동족화 양상은 이러한 격차 발생 구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인 부모 세대로부터의 자산이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 1980~90년대 고성장기 동안 자산을 축적한 세대가 노인인구를 형성하면서 가족 내 자산의 세대이전 양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고령화의 부정적 파급효과는 청년세대에 더 집중되어 세대 간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교원 규모를 조정해야 하는데, 정책당국은 반발을 의식해 기존 교원의 퇴직 유도보다는 신규임용 축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성세대보다 청년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이 지워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또한 앞으로 정책자원 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경쟁에서 유권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청년세대는 정치적으로도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지역 간 격차도 더욱 심각해진다. 앞으로 청년 수가 줄어들면서 수도권과 대도시들은 줄어든 청년인구를 채우려 더 많은 지방 청년들을 흡수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지방의 인구 위기 지역들은 더 빠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경험하게 된다. 청년 유출로 나타나는 지역경제의 침체, 생활 여건의 악화, 지역 중산층의 이탈 등으로 지역 빈곤화도 함께 촉진된다.

앞으로 인구학적 변화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키울 것이며 계층, 세대, 지역 등에 나타난 격차를 따라 사회갈등도 심화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구 고령화의 사회경제적 파장들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연대를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인구 위기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주로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재정 불균형 등 경제적 문제에만 주목해왔다. 인구 변동의 도전에 맞서 어떻게 우리 공동체를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 인구문제에 대한 인식을 사회통합 문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독일의 ‘인구전략’(Demografiestrategie)은 ‘모든 연령이 중요하다’(every age counts)라는 사회연대의 정책 비전을 세우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인구정책의 전환을 실현시킬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한계가 드러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서둘러 입법 대체해야 한다. 인구문제가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정치 이슈와 사회갈등의 모습으로 등장하기 전에 지금의 정치가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여야가 함께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협치가 힘들어도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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