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4일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대학로 연극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고 질타했다.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외교·안보는 의회가 초당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라며 “국방비 등 예산에 있어서도 의회의 힘이 막강하며, 한·미동맹에도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제동을 건 것도 미국 의회였다고 강조했다. 또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 권력에선 사실상 2인자”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State of Union’(국정연설문)을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박박 찢은 사람이 바로 펠로시 의장이었다”고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2020년 2월 미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마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외면당했다. 이에 펠로시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건넸던 연설문을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펠로시 의장 옆자리엔 마이크 펜스 당시 미 부통령이 있었고, 의장석 아래에선 민주·공화당 의원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명실상부 미국 대통령 승계서열 2위이자,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권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전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
유 전 의원은 “미국의 상·하원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이들을 만났다”며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펠로시 의장은 오늘 JSA(공동경비구역)를 방문한다고 한다”라며 “동맹국 의회의 지도자가 우리 안보의 최일선을 방문하는데, 정작 우리 대통령과는 아무런 만남이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중국 눈치보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한 뒤 배우들과 소주·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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