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묻힌 침 핥아라’ 강요도
신고 후 분리 조치 안 해 2차 가해
선임에게서 성추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A(44) 준위가 20대 초반 여군 B하사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해당 부대는 제20특수임무비행단에서 성추행을 겪은 이 중사가 전출돼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준위는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B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B하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윗옷을 들쳐 부항을 놓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올해 4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남자 하사와 입을 맞추고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지시했으며, B하사가 거부하자 자신의 손등에 남자 하사의 침을 묻힌 뒤 이를 핥으라고 강요했다. B하사는 A준위의 강압에 못 이겨 남자 하사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결국 3일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A준위는 “나랑은 결혼 못 하니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 A준위는 B하사가 성추행·성희롱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통상적인 업무에서 B하사를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참다못한 B하사는 지난 4월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A준위는 이튿날 군사경찰대에 입건된 뒤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A준위는 성추행과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신고 직후 공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을 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신고 이후 A준위는 4월18일 다른 부대로 파견됐지만, 구속 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회유했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신고 후 상황을 보면 과연 공군이 불과 1년 전 성추행 피해로 인한 사망사건을 겪고 특검 수사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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