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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당징수 논란’ 빚었던 천은사 통행료 ‘우영우 법정’ 선다

입력 : 2022-08-02 19:11:42 수정 : 2022-08-03 13: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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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내주 ‘사찰 에피소드’ 방영 눈길

30년간 관람료 명목 통행세 받아 갈등
지자체 등 나서면서 3년 전 폐지 일단락

조계종측 당초 촬영 협조 요청에 난색
제작진 “불교계 입장 충분히 담겠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 허락한 화엄사측
“국가 일방적 도로 건설이 불씨” 주장

생생한 법정 이야기는 ENA 16부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지닌 여러 미덕 중 하나. 종반으로 향하고 있는 인기 절정의 이 드라마가 과거 사회적 논란이 컸던 ‘천은사 통행료 갈등’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를 다음주 방영한다. 천연기념물이 된 팽나무 에피소드처럼 사찰 현지 촬영이 필수였는데 제주 관음사가 촬영지로 선택됐다. 조계종 측은 당초 제작진이 제주 관음사 촬영 협조를 요청하며 건넨 대본을 보고 난색을 표시했으나 ‘불교계의 억울한 입장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제작진 설득에 촬영을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문 닫은 지리산 ‘천은사 매표소’ 모습. 지리산국립공원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1600원)는 생긴 지 30여년 만인 2019년 4월29일 공식 폐지됐다. 연합뉴스

2일 조계종 종단 등에 따르면, ‘우영우’ 제작진은 지난 5월 초 제주 관음사에 13·14회차 드라마 촬영 협조를 요청했다. 제주 아라동 한라산 동북쪽 650m 기슭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는 제주지역 30여 사찰을 관장하는 제주불교 중심의 풍광이 수려한 사찰이다. 이러한 내용을 관음사로부터 보고받은 조계종단 측은 지리산 천은사가 통행료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대본을 보고 ‘촬영협조가 어렵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천은사를 관할하는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에서 부정적 의사를 전해온 이유도 컸다.

화엄사·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히는 천은사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987년부터 문화재 관람료 명목 통행료(1600원)를 지리산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매표소에서 징수해왔다. 문제는 절 앞이 아니라 절과 1㎞가량 떨어진 구례군 광의면 861번 지방도로(1988년 개통)에 서 있는 매표소 위치였다. 이 도로는 지리산 노고단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다. 특히,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이후에도 천은사 측이 탐방객과 차량 탑승객을 대상으로 통행료를 받아 논란이 커졌다. 2010년과 2013년 탐방객 105명과 참여연대가 각각 천은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효력은 소송 당사자에게만 미쳐 천은사 측은 통행료를 계속 징수했다. 급기야 국민청원게시판에 통행료 폐지 청원이 잇따르고 ‘스님이 아니라 산적’이란 비난까지 일각에서 나왔다.

결국 전남도와 환경부, 문화재청,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이 2019년 4월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천은사 통행료 논란은 일단락됐다. 다만, 전국 수십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현안이다. 만약 드라마가 통행료 갈등 쟁점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을 경우 또다시 불교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게 화엄사와 종단 측 우려였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한장면.

이에 ‘우영우’ 제작진은 서울 종로구 조계종단 사무실을 찾아 대본 일부 수정 가능성도 내비치며 촬영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종단 관계자는 “당시 제작진에게 ‘촬영 허용 여부는 소송 당사자(천은사·화엄사) 의견이 중요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곧장 전남 구례로 내려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만났다.

덕문 스님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처음 대본에는 마치 우리가 패소해서 어쩔 수 없이 통행료를 폐지한 것처럼 불명예스럽게 돼 있었다”며 “그러면 곤란한 이유를 설명했고, 제작진도 그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해서 촬영 협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행료 소송 당시 법원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관람료 징수가 아니라 도로 위에서 징수하면 안 된다는 도로교통법 위반을 지적했다”며 “국가가 (천은사 소유 토지에) 일방적으로 도로를 낸 뒤 일주문과 매표소 지어주고 ‘관람료 받으라’ 했다가 비겁하게 빠지면서 사찰과 시민 갈등을 키운 게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년 전) 천은사 산문을 무료로 개방한건 ‘국민들이 싫어하고 반대하는데 굳이 전통문화(보존)에 대한 우리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다. 국민이 아니라 국가와 다툴 문제‘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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