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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사기보다 무서운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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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1 23:28:42 수정 : 2022-08-01 23: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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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끔찍한 가난은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더 테레사가 생전에 남긴 말이라고 한다.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한 이가 오랜 경험 끝에 깨달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외로움이란 감정이 얼마나 인간에게 치명적인지 새삼 놀라게 된다.

이희진 사회부 기자

최근 어머니와 대화하다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난달 초 아버지 칠순 기념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다. 자취 생활을 하는 터라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최근 기사를 쓴 한 다단계 업체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해당 업체는 140여만원을 내고 평생회원이 되면 추후 400여억원을 보장해준다며 노인들을 꼬드기고 있었는데 반년 만에 벌써 수백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 상태였다. 경찰에선 압수수색까지 하며 심각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해당 업체에 돈을 낸 노인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외려 태연했다. “우리가 잘되는 걸 질투하는 것”이라는 회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서다. 경찰 수사 중에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회장을 믿는 노인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회의가 교차하던 터였다.

“엄마, 여기 진짜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허무맹랑하게 돈을 불려준다는 말은 절대 믿으시면 안 돼요. 아시죠?” 별 생각 없이 한 당부였다. 당연히 “알겠다” “내가 속겠니”라고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온 어머니의 대답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들, 진짜라고 믿고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외로워서 그냥 가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그러니까 외롭게 하지 마시오. 아니면 나도 (그런 곳에) 갈 수 있으니까.”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말 속에 뼈가 있었다.

해당 업체는 실제로 강의를 들으러 온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취재 차 해당 업체를 방문했을 때 삼삼오오 모여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알겠다”고 대답하며 대화를 마친 뒤 나의 불효를 되짚어봤다. 2012년 대학교에 입학하며 자연스레 집을 떠난 후 부모님을 뵈러 집에 간 날이 많지 않단 생각이 금세 머리를 스쳤다. 대학생 시절엔 그나마 방학 때 백수처럼 지낸 덕에 1년에 4개월가량은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지만, 취업 후엔 부모님을 만난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명절을 제외하면 1년에 2번 정도만 부모님을 뵌 듯 했다. 멀다는 핑계로, 혹은 달력을 보면 주말 중 하루는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부모님 만나러 가는 일을 후순위로 미뤘다.

최근 만난 한 친구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형, 나 거의 매년 명절 때만 부모님을 뵙거든. 부모님이 30년 정도 더 사신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60번밖에 못 보는 것이더라고.”

“집 좀 자주 가. 후회하지 말고 잘해드려”라고 했지만,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적어도 두 달에 한 번 집을 찾아가고 전화도 자주 할 생각이다.

어머니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캘리그래피·동영상 제작 수업을 듣고 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쉽진 않지만 즐거워 보였다. 이런 프로그램도 많아졌으면 한다. 멀리 사는 아들보다 가까이 있는 지자체 수업이 부모님께 더 위로가 되는 건 서글픈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간극을 좁혀야겠다.


이희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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