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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제 개편안’에 거리로 나선 학부모들…“소중한 영·유아기 지켜줘야” 한목소리

입력 : 2022-08-01 15:34:13 수정 : 2022-08-01 16: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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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서 ‘정책 철회’ 촉구 기자회견·집회 열어
“유아 발달 특성과 권리 무시한 탁상공론” 비판에…현장에서는 박수
교육부, 취학연령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 추진…여론 수렴과 공감대 형성 방침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측 “영유아교육·보육계와 초등에 막대한 영향”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정부의 취학연령 1년 하향 방침에 반발하면서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문 기자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한국 나이 7세)로 낮추겠다는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 발표에 분노한 학부모와 관련 교육계 종사자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부의 정책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총 40여개 단체가 결성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연대)’는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정부의 취학연령 1년 하향 방침에 반발하면서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30분 전쯤 현장에 모인 학부모 등 참가자는 200여명이었으나 이후 본격적인 기자회견 등이 진행되면서 현장에 모인 이는 어림잡아 600명이 넘었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이날 무대에 올라 “유은혜 전 교육부장관은 시행 착오를 줄이는 과정에서 주요 교육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반드시 교원 전체 의견을 수렴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지난주 금요일 교육부 장관이 업무 보고 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학제 개편을 교원단체 등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발표한단 말인가”라며 “이 방안은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도 없었고 인수위원회의 의제에도 단 한 줄도 없었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유아교육은 누리교육과정에 근거하고 초등교육은 초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양 교육대상자는 차이가 있고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근거한 것인데 이러한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취학연령을 낮추겠다는 것은 유아 발달의 특성과 권리를 무시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현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동의한다는 듯 박수가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서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치게 된다면 1949년 ‘교육법’ 제정 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학제를 바꾸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대국민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이뤄나갈 방침이지만, 학제 개편 이슈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우려도 크고 관련 교육단체의 반발도 거센 분위기인데다가 무엇보다 학제 개편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어서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신을 영유아 학부모로 소개한 정지현씨는 “교육부 장관의 발표를 보며 너무 암담했다”며 “지금도 주변의 많은 지인이 8세 자녀를 입학시키면서 학교 생활 적응을 돕고자 휴직하거나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세도 유치원과 다른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한 학기 이상 스트레스 받으며 고생하고, 부모도 고군분투하며 일년을 보내는데 이제 7세가 입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찬성하는 부모가 없고 불안해하면서 조기교육 경쟁만 가속화할 거라는 말과 함께 날벼락 맞았다고도 한다”면서 “박순애 장관은 교육격차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럴 거 같았으면 왜 이전 정부에서는 진즉 추진하지 않았나”라며 “그렇게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힘없는 아이들이 고통의 원인도 모른 채 그 고통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학 준비를 위해 소중하고 유일한 영유아시기를 사교육에 방치하는 게 대통령과 장관이 말하는 교육이냐”라며 “오늘 우리가 모인 건 소중한 영유아시기를 지켜주려는 이유”라고 했다. 그리고는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소중한 영유아시기를 지켜줄 수 있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정부의 취학연령 1년 하향 방침에 반발하면서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문 기자

 

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20년 뒤의 산업인력 충원을 위해 2022년 어느 날 하루 만에 장관의 보고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대한민국 학제가 개편되는 기가 막히는 광경을 보게 됐다”며 개편안 철회까지 지속된 투쟁을 예고했다. 더불어 “만 5세 유아의 학제는 영유아교육·보육계와 초등 모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장관의 보고와 논의는 시작이 아니라 결론이 되어야 하며 대통령의 ‘조속한 시행’으로 마침표를 찍으며 교육 주체를 배제하는 식의 정책 강행은 헌법이 정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문제 해결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지 입학 연령을 낮춰 교육 격차를 해결한다는 것은 문제의 근본을 모르는 소리”라며, “제각기 다른 성장 속도를 가진 유아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에는 200만 영유아를 보호하고 교육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있다”며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로 올려보낸다면 그나마 간신히 버티는 기관조차 문을 닫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대는 1997년 총 5849명이었던 초등학교 조기입학생이 지난해는 537명에 불과했다며 취학유예 아동이 2020년 2만654명인 점을 들어 “만 5세 조기 유학은 이미 30년 전부터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이 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우리 아이들의 삶과 성장에 큰 상처를 주고 영유아기부터 경쟁교육으로 내몰며 영유아교육·보육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초등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정책이므로 즉각 철회해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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