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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자선음악회 어때" 야유 속 러 성악가 공연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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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4 08:42:05 수정 : 2022-07-24 08: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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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우크라 침공 후 국제 음악계에서 ‘왕따’ 전락
"전쟁에 반대" 성명 발표 후 겨우 활동 재개
일각선 "진정성 있는 반성 아냐" 비난 이어가

러시아 출신으로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51)가 독일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공연장 앞에서 항의하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은 없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디차이트(Die Zeit)에 따르면 네트렙코의 공연은 전날 오후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州) 레겐스부르크의 성 에머람 수도원에서 열렸다. 레겐스부르크의 유서 깊은 궁정음악회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좌석은 매진됐고 청중은 노래가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모처럼 무대에 오른 네트렙코는 무척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으며, 남편인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 객석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고 디차이트는 전했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22일(현지시간)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공연을 마친 뒤 객석의 환호에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레겐스부르크=AP연합뉴스

하지만 공연장 밖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네트렙코가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한 사진을 넣어 만든 손팻말을 든 시위대가 공연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손팻말에는 “당신이 왜 여기 독일에 있는 거지?”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공연은 어때?” 등 신랄한 야유가 적혀 있었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더러운 돈을 번다”며 네트렙코를 비난했다.

 

1971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 태어난 네트렙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국내외 각종 콩쿠르를 휩쓸며 ‘클래식 음악계의 비욘세’로 불릴 만큼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성악가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메트)의 단골 출연진으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네트렙코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가을 네트렙코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푸틴 대통령은 비록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크레믈궁에서 기념 콘서트를 열 수 있도록 해줬다.

 

올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의 주요 공연기획사 및 오페라 극장은 네트렙코와 거리를 두고 나섰다. 그가 푸틴 대통령과 너무 친한데다 과거 러시아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과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 극장, 독일 함부르크 등에서 잇따라 공연이 취소됐다. 뉴욕 메트는 2년간 출연정지를 내리며 사실상 손절에 돌입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공연이 열린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공연장 앞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등을 든 시민들이 공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독일 디차이트(Die Zeit) 홈페이지

음악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네트렙코는 부득이 지난 3월30일 반전(反戰)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명시적으로 비난하며, 내 마음은 이 전쟁 희생자들 및 그 가족들과 함께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 나는 평생 동안 푸틴 대통령과 몇 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 예술을 인정받아 상을 받거나 올림픽 개막식에서 상을 받은 것”이라며 “그 외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어떠한 재정적 지원도 받은 적 없다”고 항변했다.

 

이후 프랑스·독일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의 극장이 네트렙코한테 무대를 내줬다. 하지만 뉴욕 메트는 “푸틴을 명시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등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볼 수 없다”며 출연정지를 이어갔다. ‘전쟁을 비난한다’는 네트렙코의 메시지가 알려지며 정작 러시아 국내에선 그를 “조국의 반역자”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네트렙코는 러시아 국적자이나 평소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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