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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차가운 금속 구조물서 느끼는 따스한 인간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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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2 22:50:56 수정 : 2022-07-22 2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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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 올든버그, ‘빨래집게’(1976)

청계천에 다슬기 모양의 작품 ‘스프링’을 제작한 클라스 올든버그가 9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스웨덴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고,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주해서 뉴욕과 시카고에서 주로 살았다. 그가 미술활동을 시작할 때는 뉴욕에서 팝아트가 유행했다.

팝아트 예술가들은 대중문화가 넘쳐나던 1960년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이미지를 새로 창조하기보다 대중매체 속에서 익숙하게 접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이미지들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만화, 포스터, 상품광고 이미지 등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대중에게 익숙한 것들을 사용해서 대중과 예술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 했다.

올든버그는 미술과 사회의 소통으로서의 미술작품에 뜻을 뒀다. 흙손, 빨래집게, 성냥개비, 아이스크림콘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재료로, 때로는 거대한 크기로 확대해서 놀랍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사물의 특성인 기능보다 그 자체를 주목하게 하고 미술작품으로 보도록 하자는 의도이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빨래집게’이다. 13m가 넘는 거대한 빨래집게 형상을 보면서 우리는 빨래를 널며 사용할 때는 주목하지 않았던 빨래집게 모양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하늘로 뻗어 올라간 금속 구조물 두 개가 만나고 그 둘을 단단히 묶는 철삿줄이 합쳐 이룬 추상조각으로 볼 수 있다. 한참을 바라보면 그 모습이 마치 두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두 개의 철 구조물이 얼굴과 가슴을 맞댄 모습이 되고, 철삿줄은 꼭 끌어안고 있는 두 팔이 된다.

그럴 때 차갑게 솟아오른 금속 구조물에서 따스한 인간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렇다. 예술은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고 애써 보지 않았던 것들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하고,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갖게 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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