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끊은 ‘종묘·창경궁’ 90년 만에 잇다

서울시, 복원사업 12년 만에 정비
율곡로 확장… 터널 위 녹지 조성
궁궐 담장·북신문도 원형 되살려
“원지형 구현”… 22일 시민에 개방

일제가 갈라놓은 종묘와 창경궁 길이 90년 만에 다시 연결된다. 서울시는 종묘와 창경궁을 단절시켰던 율곡로를 터널로 만들고 그 위로 옛 모습을 복원해 22일 시민에 개방한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1932년 일제는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조성하면서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위패)를 모시는 종묘와 창경궁 사이 숲길을 허물었다. 도로 신설과 확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과정에서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지나다녔던 북신문(北神門)도 사라졌다.

서울시는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목표로 2010년 11월부터 복원사업에 돌입했다. 율곡로는 기존 4차로에서 6차로로 차로를 확장해 터널을 만들었고, 그 위에 약 8000㎡의 녹지를 만들어 창경궁과 종묘를 이었다.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있었던 궁궐담장(503m)과 북신문도 함께 복원됐다. 이에 따라 약 12년 만인 22일 종묘~창경궁 연결로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간 사업비만 1008억원이 들었다.

특히 일제에 의해 무너진 원지형을 그대로 구현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원지형을 찾고 원형대로 복원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공사가 늦어졌다”며 “종묘북쪽담장 유구 등을 보존했고 궁궐담장에는 공사 중 발굴된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담장을 쌓은 시기를 나타내는 각자석(刻字石)도 그대로 보존했다. 시는 역사성 보존을 위해 1907년 제작된 동궐도와 1931년 발간한 조선고적도 등 관련 서적들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신문은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에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했던 문으로 창경궁의 동문인 월근문(月覲門)을 참고해 복원했다. 종묘의궤와 승정원일기 등 문헌을 보면 월근문이 북신문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녹지에는 창경궁과 종묘 수림으로 분포한 참나무류와 소나무, 귀룽나무 등 우리 고유의 수종을 심었다.

연결로가 12년 만에 조성됐지만 당장 종묘와 창경궁을 걸어서 통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사적인 창경궁의 운영 방식과 관람체계가 달라 이를 관할하는 문화재청과 협의가 필요하다. 종묘는 창경궁과 달리 일일 관람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창경궁은 월요일, 종묘는 화요일에 휴관하는 등 체계가 다르다. 시는 창경궁·종묘 통합관람체계를 통해 시민들이 연결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속히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종묘와 창경궁을 잇는 궁궐담장길에 매표소를 설치·운영하기 위한 인력과 보안설비를 갖추는 등 실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오후 3시 창경궁∼종묘 연결로를 찾아 시민개방행사를 갖는다. 시는 창경궁·종묘 역사복원과 다음달 6일 개장을 앞둔 광화문광장, 송현동 부지 등 사업을 통해 서울 도심을 녹지가 어우러진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안승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