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사옥 유지 방안도 검토 중
김헌동 사장 “직원 한곳 근무 불가”
중랑구 “구민과 한 약속 꼭 지켜야”
서울 강남구에서 중랑구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남 사옥을 전부 처분하지 않고 일부 기능만 이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H 본사 이전을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중랑구는 “2020년 이전 협약에 따라 본사 전체가 이전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19일 SH에 따르면 공사는 사옥 이전이 예정된 중랑구 신내동 부지에 50층 규모의 건물을 짓고 일부는 사무실로, 일부는 주택과 지식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SH 본사에 속한 부서를 어느 수준까지 이전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강남 개포동 사옥을 유지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이다. 김헌동 SH 사장은 “1500명 가량의 SH 직원들이 다 거기 모여 근무할 수 없다”며 “지금도 센터가 25개 구마다 나눠져 있고 약 800명의 직원이 본사에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하는 기능과 규모를 어떻게 분산 배치할지 검토 중”이라며 “강남 사옥 이동을 전체적으로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 취임 후 8개월이 지났지만 SH 본사 이전 추진과 관련한 투자심의위원회와 이사회 의결 등 내부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SH 내부에서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사실상 본사 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H 제1노조는 지난해 성명서를 통해 “공사 경영진은 노조 몰래 SH 중랑구 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며 “우리 노동조합은 이 중차대한 문제를 신임 사장 취임 후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2020년 9월 SH와 중랑구, 서울시가 맺은 본사 이전 협약에 따르면 내년까지 이전이 이뤄져야 하지만 사실상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랑구는 이전 협약에 따라 강남 본사가 그대로 이전해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SH 본사 이전은 2년 전 이미 중랑구민, 서울시민에게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SH 본사 이전 계획 변경과 관련한 사항을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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