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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2050년 더위 이미 왔다”… 스페인 45.7도 ‘불타는 유럽’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07-19 06:00:00 수정 : 2022-07-19 09: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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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서 최악 가뭄… 폭염 속 한주간 1000명 사망
강물 마르며 발전량 급감… 러 가스 중단에 에너지난
곳곳 산불, 작물도 말라 죽어…런던 사상 첫 40도 돌파
1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있는 도로를 한 남성이 뛰고 있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높은 기온이 예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은 지금 역사상 가장 건조한 여름과 싸우고 있다. 햇빛은 뜨겁고 비는 적게 온다. 40도가 넘는 폭염이 나타나면서 남부유럽에선 지난 한주에만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리스 등 지중해 인접국에서 주로 발생하던 여름 가뭄은 올해 유럽 전역에서 넓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수력에너지 생산량이 크게 줄고 곡물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이 비상에 걸렸다.


◆에너지 급한데…댐 말라 수력발전 ‘급감’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카를로 부온템포 국장은 “우리는 유럽 곳곳에서 전례없는 가뭄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유럽 환경청(EEA) 등의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이미 유럽 대부분 지역이 가뭄 5단계 중 4단계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5단계도 유럽대륙 전역에서 발생했다.

 

폴리티코는 “남부 유럽에서는 여름마다 가뭄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내륙의 많은 지역에서도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헝가리, 독일,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기까지 토양이 메마르고 있다. 유럽의 강들은 대부분 평균 이하의 속도로 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코모에 있는 코모 호수가 폭염으로 인해 낮은 수위를 보여주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유럽의 밥그릇‘ 중 하나로 불리는 이탈리어 북부 포 강 유역에는 지난 200일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엔 세계 2차대전 때 이 강에 침몰했던 바지선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강물이 마르면서 유럽 전역의 수력발전량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뭄이 시작된 포르투갈에서는 6월 수력발전량이 지난해 대비 4분의 1로 줄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 2월 일부 수력발전 댐에 전기 생산 및 관개를 위한 물 사용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전체 사용 전력의 30%를 60개의 수력발전 댐에서 생산하고 있다. 수력발전 중단이 국가 에너지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지난 겨울 알프스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인근 저수지와 댐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수력 발전량은 지난해 대비 40% 감소했다.

 

폴리티코는 “유럽의 가뭄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제재로 유럽이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을 동원해야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닥쳤다”고 우려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의 베셀 데 라 시에라 근처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 헬리콥터의 모습. 스페인에서는 높은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예측 불가능한 산불이 더 발생할 우려가 있다. AP연합뉴스

농작물 작황 역시 좋지 않다. 헝가리 농무부는 이달 초 32만2000㏊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탈리아 농업단체도 전체 농산물 생산량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밀, 보리, 옥수수를 포함한 곡물 작물의 올해 총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레드 하터만 포츠담 기후변화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여름의 가뭄이 끝나더라도 지하수와 저수지를 정상으로 되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몇 년간 많은 비가 내려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불 잇따라…폭염 사망자 속출

 

메마른 날씨가 지속되면서 유럽 전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랑디라스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의 모습. AP연합뉴스

1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서남부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인근에 산불이 발생해 지롱드주 주민 1만4000명이 대피했다. 이번 산불은 필라사구와 랑디랑스 주변 두 곳의 1만ha를 태우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1200명의 소방관과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날씨가 매우 더워 어려움을 겪고 있따”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남부 휴양지 말라가 인근 미하스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민 3200여명이 대피했다. 야생 동물로 유명한 보호구역인 몬프라구에 국립공원 인근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공원이 위치한 에스트레마두라 지역은 이번 주 수천ha가 불에 탔다. 스페인에서는 현재 북부 갈리시아, 중부 마스티야 이레온,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에서 산불 진화 중이다.

 

포르투갈 북부에도 산불이 덮쳤다. 현재까지 약 300㎢가 불에 탔으며 소방관 1400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모로코에서도 산불로 1300명이 대피했으며 그리스 크레타섬, 터키 서남부,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인근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며칠 간 소규모 산불이 났다.

 

폭염과 이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0~15일 폭염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36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23명은 지난 15일 하루에 발생했다. 스페인은 지난 주말 최고 기온이 45.7도까지 올랐다. 이는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한 지난해 8월 47.4도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스페인 당국은 17일 폭염 경보를 내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공원에서 여성이 부채를 이용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포르투갈 정부도 앞서 16일 중·북부 5개 지역에 적색 폭염 경보를 내린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간 최고기온이 40도을 넘겼으며 중부 비제우 기상대에서는 4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최근 7일간 폭염으로 6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대부분 노인이나 기저질환자라고 보건부는 밝혔다.

 

영국은 지난 15일 폭염 최고 경보인 ‘4단계 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런던 최고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섰다. 기후 변화에 따라 2050년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최고 기온이 30년 정도 앞당겨진 셈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 햇볕 노출을 피하고, 외출을 자제할 것, 가급적 물을 많이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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