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리랑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난 9일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시위대의 모습. 성난 시위대의 표정과 호화로운 샹들리에와 장식품으로 가득 찬 대통령궁의 모습이 대비된다. 1917년 러시아혁명 당시 겨울궁전을 점령한 시위대가 지은 허탈한 표정도 연상된다.
스리랑카는 극심한 경제난으로 지난 5월 국가 부도(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일가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갔다. 연료 부족으로 대중교통도 멈춰 걸어 나와 시위에 나선 국민들은 대통령궁 내부의 호화 수영장과 고가의 운동기구를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도피한 뒤에야 이메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배를 띄우는 것은 물이지만 그 배를 뒤집는 것도 물이다. 물이 국민이다. 국민의 고통을 무시하는 지도자는 결국 외면당한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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