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서 각각 키리오스·노리 상대
‘꿈의 대진’ 완성 만만치 않지만
11년 만의 맞대결 여부 관심 집중

지난 6월 라파엘 나달(36·스페인·세계랭킹 4위)과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3위)가 맞붙은 2022 프랑스오픈 8강전은 대회 최고 명승부로 손꼽힌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선수들이 코트에서 혼신을 다한 플레이를 펼쳐 팬들을 흥분시켰다. 경기는 나달의 3-1 승리로 끝났지만 패배한 조코비치에게도 많은 갈채가 쏟아졌다. 로저 페더러와 함께 ‘빅3’로 불려온 ‘전설’들에게 걸맞는 경기였다.
자연스럽게 이 멋진 경기가 8강이 아닌 결승에서 펼쳐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따라왔다. 2022 윔블던에서는 아쉬움을 털어낼 가능성이 생겼다. 조코비치와 나달이 나란히 4강에 진출한 덕분이다. 나달은 7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23·미국·14위)를 4시간21분 혈투 끝에 3-2(3-6 7-5 3-6 7-5 7-6<10-4>)로 물리쳤다. 복부 부상으로 2세트 한때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진통제 투혼 속에 끝내 승리해냈다. 하루 전에는 조코비치가 역시 혈투 끝에 야닉 시너(21·이탈리아·13위)를 3-2로 물리치고 준결승으로 향했다. 첫 두 세트를 모두 내주며 패배 일보 직전에 몰렸다가 3세트부터 부활해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이제 나달은 닉 키리오스(27·호주·40위)와, 조코비치는 캐머런 노리(27·영국·12위)와 4강에서 맞붙는다. 두 선수가 나란히 승리하면 마침내 기다렸던 결승 대진이 성사된다. 나달과 조코비치가 맞붙는 윔블던 결승은 테니스 ‘희귀템’ 중 하나로 마지막 결승 맞대결은 무려 2011년까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빅3 선수들이 워낙 막강해 이들간 메이저 결승전이 낯설지 않았다. 나달과 조코비치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무려 7번이나 결승을 치렀다. 아쉽게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이들에게도 노쇠화가 찾아와 횟수가 뜸해졌다.
세계 랭킹도 떨어져 나란히 최상위 시드를 받지 못한 관계로 결승이 아닌 4강이나 8강에서 맞붙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윔블던에서는 세계 1위 다닐 메드베데프가 러시아 출신 선수 출전 금지로, 2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가 부상으로 불참하며 조코비치와 나달이 나란히 1, 2번 시드를 받아 두 선수간 결승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아직 ‘꿈의 대진’ 완성이 성사될 가능성은 그야말로 미지수다. 4강 상대들이 만만치 않아서다. 나달 상대인 키리오스는 요즘 테니스계 대표적 ‘악동’으로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기세로 생애 첫 메이저 4강을 이뤄냈다. 조코비치와 만나는 노리는 더 무섭다. 영국 출신으로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한몸에 받고 있어서다. 나달, 조코비치 모두 8강에서 풀세트 접전으로 체력을 극도로 소모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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