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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눈치보기에… 지방대 호소 입막은 교육부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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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6 18:48:51 수정 : 2022-07-06 21: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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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는 다 죽으란 겁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한 지방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초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반도체 인재 양성 ‘특명’을 받은 교육부는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본 틀은 수도권대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다. 언뜻 보기엔 간단한 문제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늘어난 정원을 채울 신입생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수도권대 정원이 느는 만큼 비수도권대 입학생은 줄어든다. 학령인구 감소로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비수도권대엔 ‘청천벽력’ 같은 대책인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비수도권대 총장들은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127개 대학이 모인 ‘비수도권 7개 권역 지역대학총장협의회 연합’은 6일 교육부 대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교육부는 즉각 불쾌감을 표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취임했는데, 취임 다음 날 교육부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당초 교육부가 장소를 제공하지 않아 교육부 내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일부 교육부 간부는 “기자들이 기자회견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황당한 발언까지 하며 비수도권대 총장들과 기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총장들이 왜 이런 기자회견을 여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현장 호소에 귀 기울이고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교육부가 신임 장관 ‘눈치’를 살피는 데만 골몰한 것이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기자회견은 결국 취소됐다. 교육부가 총장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하라는 압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수장과 ‘허니문’에 들어간 교육부가 취임 직후 언론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쓴소리를 숨기고 허니문을 즐길 시간이 없다. 두 달 가까이 수장 공백 상태였던 교육부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현장의 소리와 언론의 비판에 귀 기울이고 속도감 있게 과제들을 처리해야 할 때다. 부정적인 목소리는 ‘장관님이 불편할 수 있으니’ 일단 뒤로 미루자는 발상은 교육부의 발전을 막을 뿐이다.

 

박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진정한 지방대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비수도권대 위기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 당장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 조언도 좋지만, 현장 호소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아픈 소리가 결국은 약이 된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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